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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 yoda 

마음이 허허하다.
책장을 덮고나니 ‘엄마’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이 가득하지만 그게 반드시 뭔가를 후회하거나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 거나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 이런 삶도 있었지, 모양은 다르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다 이럴거야, 이런 면은 우리 엄마랑도 비슷하네, 나도 언젠가는 이런 후회를 하겠지…

봄 햇살이 드는 창가 침대에 앉아 작가의 말,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서 아쉼이 컸다. 더 읽고 싶은데. 이런 아쉬움을 주는 책을 읽은 것은 또 얼마나 오랫만인가. 읽을 분량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 마음 껏 읽지도 못한 채 매번 기대감으로 책을 집어드는.

2008년에 출간된 소설을 2018년에 읽고 있지만 지난 시간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28년에 읽는다 해도 아마 비슷하겠지. 그때는 ‘너’의 마음에 더 가까워졌을 테고 한편으로는 ‘당신’의 모습과도 아주 조금은 비슷해져이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엄마랑 같은 방에서 보냈던 한달 여의 시간 동안 맛 본 ‘완전한 행복감’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작가가 느꼈던 충일한 감정은 나도 언젠가는 경험했을 터인데, 아주 희미한 흔적만 남겨져 있는 것 같이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묵은 숙제를 하듯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소설은 딱히 뭐라 평가할 수 없다. 깊고 넓진 않지만 그렇다고 쉬이 마를 것 같지는 않은 냇물, 특별히 굽이치고 깍여나가고 합류하는 지점이 없어도 그 긴 냇물을 쉼 없이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색의 감정들이 마음 속으로 모두 쌓인다.

짐짓 울컥하는 장면들이 꽤 많았는데, 감정의 소요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거리를 두고 읽었다.
가슴에서 무언가가 일렁일렁한다. 며칠간은 다른 책에 손대지 않고 이 잔잔한 출렁임을 유지하고 싶다.

ps. 독서법이 예전과 달라진 것을 책을 다 읽고 나서 깨달았다. 기억하고 싶은 문구, 마음에 드는 문구, 배우고 싶은 문구, 눈물이 났던 문구, 그런 문장들을 만나면 나는 책의 윗 모서리를 조금 접어두는 식으로 표식을 남겼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밑줄을 긋거나 모서리를 접어두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쓴다는 행위 자체를 내 일상에서 제외해 버린 지 오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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