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연유에서인지 나는 최근에 자본론을 다시 읽고 있다.
물론 맑스의 원전은 아니고 자본론을 기반으로 현재를 재조명하거나 만화로 그려내거나 강의를 요약하거나 하는 부스러기 같은 책들이다.
처음 자본론을 읽던 때가 기억난다.
이십 몇 년 전, 그때의 내게 자본론은 무리한 운동, 흡수되지 않는 과잉 영양, 몸에 맞지 않아 어딘가 불편한 옷, 그런 느낌이었지만 입시를 앞둔 수험생처럼 암기하고 집어 넣고 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잉여 노동을 빨아 먹는 자본가의 지배하에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사회를 뜯어 고치기 위해 애썼다. 지금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좌파인 나는 일상의 모든 판단 기준과 행동 양식을 그에 맞추려 노력했지만 지금의 나는 전형적인 쁘띠 부르주아지 임금 노동자의 전형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심하지만 그렇다.
자본론을 다시 꺼내 들고서 2가지 상반된 생각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자본가가 되지 못했다는 뒤늦은 후회와 그럼에도 이 자본주의를 고쳐야 한다는 오래된 의무감 말이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