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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 yoda 

단편집입니다. 제목같이 나의 시점에서 씌여진 글들이고 일부는 아주 재미있고 일부는 그저 그렇습니다.

돌베개에 7
크림 27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51
위드 더 비틀스 With the Beatles 73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123
사육제(Carnaval) 149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183
일인칭 단수 215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이었습니다. 온천에 들어가 있는데 원숭이가 들어와서 “등을 밀어드릴까요?”라며 말을 걸어 오는 순간부터 깜짝 놀라서 한글자도 빼놓지 않고 단숨에 읽은 이야기였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특별한 기교가 없는데도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역시 하루키,라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선명한 기억도 시간의 힘은 좀처럼 당해내지 못한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역시 일 마치고 마시는 맥주는 최고네요.” 원숭이가 털투성이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며 말했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야구팬으로서 외야 관람석에서 일상을 회복하는 ‘야구르트 스왈로스 시집’도 좋았는데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묘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한신 타이거즈가 아니라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팬으로서 야구장에서 흑맥주를 마시며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합니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 –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구르트 스왈로스 시집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어떻게 상대를 이기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잘 지는가’하는 데서 나온다.

야구르트 스왈로스 시집

표제작인 ‘일인칭 단수’는 1Q84의 씨앗이 아닌가 싶은 작품입니다. 아래 인용구를 보세요.

계단을 다 올라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계절은 더 이상 봄이 아니었다. 하늘의 달도 사라졌다. 그곳은 더이상 내가 알던 원래의 거리가 아니었다. 가로수도 낯설었다. 그리고 가로수 가지마다 미끈미끈하고 굵은 뱀들이 살아있는 장식처럼 단단히 몸을 휘감은 채 꿈틀대고 있었다.

일인칭 단수

낯선 바에 들어가 처음 보는 여자한테 심한 모욕을 당하고 바를 나와서 바라보는 풍경입니다. 내가 모르는 어떤 여자는 나를 잘 알고 있고 심지어 내가 하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 추궁합니다. 무시하고 밖으로 나오니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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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술같은 비현실적인 세계가 그렇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1Q84에 그대로 재현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 몇몇 문장들은 마음을 울립니다. 작년 11월 세번째의 암 수술을 받고나서 (지금까지도) 하루에 몇번씩 떠올리는 물음들이 있습니다.

죽음은 무엇인가, 인생은 성취가 아니라 여정인데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사람들에게(특히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 것인가 등등. 그 물음의 끝에는 하루키가 남긴 답이 있었습니다.

행복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야. 그렇지 않아?

사육제

복잡하지 않아 머리를 식히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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