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산 이후로 이런 저런 앱들을 찾아보고 써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그간 느낀 것은 아이폰 앱의 생태계는 매우 정교하고 또한 명료하며 과감하다는 것이다. 앱들은 순식간에 설치되고 삭제된다. 탄생과 사멸, 진화와 도태의 속도가 엄청나다.
사용자들은 무수히 많은 앱을 쉽게 설치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거나 불편하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제거한다. 그리고 그 만족도에 따라서 사용자는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열기도 한다. 아주 쉽게.
오늘은 아마존 앱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마존의 비기인 ‘recommendation’에 ‘역시 아마존이군’하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아마존에서 추천하는 책들은 나의 취향과 의지가 반영된,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구매하고 싶은 책들인 것이다.
로그인 하지 않으면, 아마존은 ‘추천’을 보여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데 대체 무엇을 추천해준단 말인가? 아래는 로그인 전/후의 아마존 앱 초기 화면을 비교한 것이다.
아. 이쯤 되니 나는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앱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되어있을까? 아래는 예스24 앱의 초기 화면인데, 놀랍게도 로그인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추천도서 메뉴가 있다!
나를 위한 추천도서는 무엇일까?
열어 보니 아래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저건 내가 관심있는 책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구매 의욕이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시간을 허비했다는 분노가 일어날 판이다.
더우기 로그인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추천도서의 목록은 동일하다. 그 말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책을 추천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설명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아마존의 추천은 고객의 취향에 맞춘 추천이고, 예스24의 추천은 주인의 취향에 맞춘 추천이다. 각각 다른 의미의 추천이니까 비교는 좀 곤란하다 ‘
Bull-shit. 이런 설명은 자기 기만이고 자기 위안이다.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서점 주인이라면, 어린이에게는 동화책을/고등학생에게는 참고서를/성인에게는 최신의 자기계발서적이나 소설책을 권하는 것이 맞다.
내친 김에 웹사이트를 들어가 봤지만 ‘추천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예스24는 어째서 추천 기능을 개발하지 않을까?
data가 부족할까? 내 경우 예스24에서 구입한 책이 수십권이 넘고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책은 100권이 넘는다. 그리고 나는 지독한 작가주의여서 내 구매이력을 보면 어떤 소설과 시를 추천해줘야 할 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서지학이라는 학문이 있고 대학에는 도서관학과문헌정보학과도 있고 서적은 일반 상품에 비해 훨씬 카테고리화하기 쉬운 상품이다.
예스24는 아이폰앱을 통해서 하루에 5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고 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애써야할 것이다. 어쩌면, 추천에 관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ps. 알라딘도 추천 기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내 인터넷 서점의 분발을 촉구해본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국내 인터넷 서점들은 다른 일에는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하면서, 아마존처럼 ‘찾아본 책’ ‘위시리스트에 넣은 책’ ‘구입한 책’ 등의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 요니동님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운 금치 못하겠습니다 ^^
약 10년도 훨씬 전에 도서관학과라는 명칭은 문헌정보학과로 바뀌었습니다.
헛. 죄송합니다. 제가 공대를 나온 탓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