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10시가 넘은 퇴근길, 지하철, 5호선.
오늘 산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실린 신작 시 몇 편을 들여다 보고.
‘나는 요즘 밤마다 시청 앞에서 밤 공부한다’
라는 싯구가 제법 재밌다.
알고보니 그것은 올해 일흔이 넘었다며 허허거리는
김지하 시인의 신작 시.
나의 대학 시절은 민중,혁명,투쟁,통일,민주,자주.
이런 묵직한 단어들을 무겁지 않게 달고 다니던 무식하고 무서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변절 아닌 변절’로 낙인 찍힌 김지하 시인은
아직도 내게 그리 편하지는 않다.
감상에 젖어들 즈음
내 눈 앞에는 과자로 만든 집을 든 청년이 우두커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 묵었을 법한 그 집을 본 나의 전두엽은
좋은 게 좋은 거지, 파블로프의 종소리가 되어
아이스크림 한 그릇 살 거라고 침을 흘리는데
지하철을 나오니 때를 맞은 소국이 색색별로 화려하다.
멜라닌 가득 중국산 과자에 비할까.
소국 한다발에 흐뭇해 가벼운 발걸음 위로
분명 빼빼로가 가득 들어있을 거대한 핑크빛 하트를 들고 히히거리는
고등학생 몇몇이 스친다.
나는 대뜸 그들이 부럽다.
재지 않고
제지하지도 않는
즐거움의 탐욕에 충실한.
인생은 언제부터
지금 아닌 미래에 즐거워지기 위한 괴로운 일로 가득차 버린다.
현실이 꿈을 대신하는 순간 인간은
늙어버린다던 건방진 후배 P의 생각이 간절하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역시 문학소년다운 느낌이 드는 구려
크. 문학을 하면 누구나 소년이 될 수 있는게요?
문학청년이나 문학장년은 좀 그렇잖수~
두분의 대화는 IT중년 다우신데요!
소설家나 수필家는 집을 한 채씩 가지고 있지만, 시人은 그마저도 없어서 시인이라고 부른다는구려.
요즘은 입에 가시가 돋도록 읽고 또 써야 그나마 살 수 있을 것 같소.
소설家 vs. 시人 이라. 재미있지만 섬뜩하네요. 그런데 yoda의 영화가 아직 안나오는 이유는 무엇이오? 시나리오 작家에도 집그림이 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