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다른 사람. 강화길

“영 페미의 최전선”

자극적이지만 작품을 평가절하하는 띠지였다. 저 문구는 이 책을 읽을지 말지 망설이게 만든다. 보통 화제가 되는 무언가에 기대는 작품들은 스스로 품질 불량임을 입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뛰어난 작품에 어울리지 않아서 저 저급한 띠지(애초에 띠지는 없어져야 할 장식이기도 하고)는 매우 아쉽다. 차라리 그녀의 인터뷰 기사 제목 “말하지 못할 뿐, 너무 흔한 일”정도였으면 어떨까 싶다.

아직도 시대와 사회에 만연한 성추행과 성폭행, 데이트폭력 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고 피해자의 상처에 흐르는 자극에만 몰려드는 추악한 호기심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이 작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확대 해석하고 싶다.

유리를 버린 진아와 진아를 버린 수진은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이고, ‘이게 끝이 아닐거야’라는 소리를 듣는 진아와 ‘이게 끝이 아닐거야’라고 말하는 진아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다.

즉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특히나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권력의 위계 질서 안에 놓이게 된다. 특히나 푸코가 주목했던 미시 권력의 관계 – 선생님과 학생, 경비원과 주민, 의사와 환자 등-에서도 힘의 불균형은 발생하고 명시적으로 정의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권력을 휘두르고 누군가는 그것에 굴종해야 한다.

강화길 작가는 아마도, 남성과 여성의 젠더 차이에서 (있어서는 안되지만 여기저기서) 발발하는 권력 구조와 그 폐해에 집중하는 듯 보이고 사실 그것이 페미니즘의 본질이기는 하다.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할 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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