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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위한 조언

  • yoda 

병력

저는 1997년 결장암, 2014년 조기 위암, 2021년 위암 2기A (6판 기준)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기간동안 수백번의 검사와 수십번의 입원, 6번 이상의 긴 수술과 1년 간의 항암 약물 치료, 6개월간의 방사선 치료를 경험했고 2021년 11월 수술에서는 위를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아프고 힘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기록을 남깁니다.

혹시 조언이나 위로가 필요하시면 댓글이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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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글을 읽게 되었다면 아마 당신은 당신은 극심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상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렵고 화나고 슬프고 무섭고 억울하고 안타깝고…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 감정의 기복은 지극히 당연한 상태이며 그것에 초월하여 평온함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세번이나 경험을 했지만 점점 더 혼란스럽고 힘들었습니다.

보통 다섯 단계를 거쳐 자신의 병을 받아 들이고 적극적인 치료와 회복을 결심하는 ‘수용’ 단계로 들어선다고 합니다. 순서대로 겪을 수도 있고 단계를 건너 뛰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마음의 출렁거림이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너무 무시하거나 바꾸려고 애쓰지는 마세요.

마음 흘러가는 대로 풀어 놓아 슬퍼하고 화내고 다짐도 해보고 하면서 차츰 잦아들 것입니다.


1997년 첫번째 결장암 수술은 통증이 너무 심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응급실에 들어가 긴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달도 더 지나고 나서야 병명이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서른도 안됐는데? 하는 의문과 함께 병의 무서움에 대해 충분히 몰랐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는 아쉬움과 두려움이 매우 컸습니다.

2014년 두번째 암은 5년 생존율이 98%가 넘는 조기 위암이었습니다만, 아이들이 한참 자라는 때여서 그게 제일 큰 걱정이었습니다. 나 하나 어찌 되더라도 좀 더 클 때까지 뒷바라지 해야 할텐데 하는 걱정들.

그리고 2021년 11월, 아마 당신의 마음 상태는 지금의 저와 비슷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시 세번째의 위암 진단을 받고서는 정말 참담했습니다. 이겨낼 수 없는 마음들은 글로 남기고 울고 싶고 울고 반성했고 우울했고 잠을 못자고 악몽을 꾸었고 산산조각난 마음을 추스려 보려고 무던히도 애썼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휴직을 하고 수술을 받고 최종적으로 2기A (T3, N0, M0)의 진단을 받았고 요양 병원을 거쳐 집에서 회복기를 보낸 후 2022년 6월부터는 다시 복직해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앞두고 있고, 혹 수술을 잘 받았다면 지금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야 할 때입니다.

“얼마나 힘들었니, 그간 애썼다, 내 몸의 목소리를 내가 제대로 듣지 않아서 미안해”

마음이 안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어쩄든 치료 받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그것만은 잊지 마세요.

1단계 : 부정
처음 암을 진단받게 되면 그것을 믿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은 자신에게 병이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진일 것이라 생각하며 여러 병원을 다니며 확인받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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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진이었으면 좋겠다고, 자고 일어나면 잘못된 결과였다는 통보가 왔으면 좋겠다고,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진단을 내리기 전에 굉장히 많은 검사를 거치고 최종적으로는 조직 검사를 거치니 그것이 잘못될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 2단계 : 분노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사실로 인식하게 되면서 화가 나게 됩니다.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하는 것인지 한탄하며 분노하며 자신에게 소식을 전한 의료진, 주변 사람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또한 미리 예방하거나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후회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27살에는 분노보다는 아쉬움이 컸고, 44살에는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 걱정이 컸고, 51살에는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야속함에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남들은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한 시련을 왜 나는 세번이나 겪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운동을 안했나? 술도 담배도 끊은 지 오래였는데? 내가 마음 씀씀이가 고약했었나?

그러나 곧 저를 걱정할 아내와 어머니와 아이들, 식구들을 위해서라도 이겨내고 싶다는 의지로 바꾸려고 노력습니다. 바뀌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 3단계 : 타협
부정하고 분노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인식한 뒤, 여러 가지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수명을 연장 받으려 하는 등 타협을 모색하는 단계입니다.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부한다거나, 선의를 베푸는 행동을 하며 자신의 병의 경과가 좋아질 것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정상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유사치료를 택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혹여 잘못된 것들에 대해 반성하지만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 진작 더 운동하지 않았을까, 왜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먹지 않았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정말 잘 할텐데…

• 4단계: 우울
자신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이 낫지 않는 것으로부터 우울해지게 됩니다.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사실들조차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자신을 애도하며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침묵하며, 사회적 관계로부터도 철수하게 됩니다. 우울증상이 심한 경우 적적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사고와 의지를 회복시켜 주어야 합니다.

우울감은 사실 지금(수술 후 6개월)도 있습니다. 환자는 시시 때대로 우울한 감정에 휩싸이게 될 거에요. 병원을 가는 길에, 검사를 받는 도중에, 의사와 상담을 하다가도, 밥을 먹을 때도, 병상에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우울함을 이기는 것은 마음을 다잡는 것 외엔 없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다, 즐겁게 보내자’라거나 ‘재미있는 책을 들춰 본다’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한다’던가 하면서 정신을 다른 데로 돌려주세요.

만약, 죽음이 대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수술하고나서 휴직 중에 우울증이 심해서 정신과 진료를 볼까 하던 참에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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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단계: 수용
마침내 자신이 병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는 마지막 단계로서 가장 성숙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용의 단계가 되어야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당신은 암 진단을 받고 한두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수용의 단계에 이를 것입니다. 대개 수술 일정도 그즈음 잡힐테고요. 이제 이겨낼 준비가 끝나 회복을 위해 전심을 기울일 일만 남았습니다.


제가 겪은 세번의 암은 모두 말기는 아니어서 그래도 열심히 치료하면 극복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더라도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어머니, 가까운 식구들에게는 화를 날 때가 많았고 친구들에게는 맘 편히 털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고통은 결국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에 쓸쓸했습니다.

몇가지, 도움이 되는 조언은 이렇습니다.

의사와 진단과 처방을 믿으세요

의사와 간호사를 믿으세요. 지금까지 암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과적 수술과 항암 치료입니다.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가 있지만 그것의 유용함과 유해함을 판단하기 쉽지 않고 특히나 독이 되는 광고나 가짜 뉴스들도 많아서 인터넷을 멀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의사에게 질문하고 신경 쓰이는 통증이나 이상한 증상이 생겨도 의사에게 질문하세요.

자신의 병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세요.

책을 읽고 논문도 찾아 보고 여러 의료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들도 보세요. 많이 알아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의사를 만나는 진료 시간에 궁금한 것은 모두 물어 보세요. 현재까지는 외과적 치료와 함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 생존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병을 이기려면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술을 받고나면 아마 그날 저녁부터 걸으라고 할 거에요. 숨 쉬기도 힘들고 앉기도 힘들겠지만 일어나 걸어야 합니다. 힘이 닿는 한 움직이고 또 움직이세요. 만약 저처럼 위를 모두 제거했다면 식사시간이 벌을 받는 것처럼 괴로울텐데 그렇더라도 열심히 먹어 영양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항암 치료 기간에도, 방사선 치료 기간에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 때문에 먹기 힘들고 운동하기 힘들겠지만 더 먹고 더 운동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세요.

3차례의 암 진단과 수술을 통해 제가 얻은 작은 가르침은 ‘인생은 각자의 큰 유리병에 좋은 사람들을 담고 그들과의 기억을 담아내는 과정이고 삶이 끝나는 순간 그 유리병이 그의 인생이 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당신이 고관대작일수도 있고 재력가일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당신의 병을 낫게 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인생에 중요한 것들이 있다면 그 소중한 것들을 지금 당장 돌보고 챙기기 바랍니다.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하세요.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간다… 가세요. 공부를 더하고 싶다… 책을 펴고 공부를 하세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좋은 음식점을 예약하세요. 종교를 가지고 싶다… 가까운 성당이나 절을 찾아 가세요.

태도가 전부입니다. 긍정적인 마음과 밝은 기분을 유지하세요.

어쩌면 암을 선고 받은 우리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일찍 깨달을 기회를 얻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남은 시간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갑자기 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래서 현재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됐으니까요.

관련 글  두달 후

세번이나 암에 걸리고도 다시 열심히 살려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으니, 모쪼록 기운내시기 바랍니다.

실제 암 환자들의 조언입니다

  • “모든 약속에 누군가와 함께 가세요. 정보를 얻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귀를 갖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당신은 인생을 변화시키는 많은 경험을 하게 될테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더 강해질 것입니다!”
  • “태도가 전부입니다.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아닌 것 같지만 터널 끝에는 빛이 있습니다”
  • “질문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기회가 있고 싸울 수 있음에 감사하십시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저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많이 웃었습니다. 무엇보다 의사와 간호사를 믿으세요.”
  • “모든 진료를 기록하고 의사가 당신에게 말하는 내용을 분명하게 확인하세요. 스스로에게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겠지만 좋은 날은 즐길 수 있는지 확인하고 도움을 받으세요.”
  •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세요. 걱정한다고 상황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과 가족에게 현재 겪고 있는 일에 대해 교육하십시오. 그리고 약속 장소에 항상 누군가를 동반하십시오. 놓친 것이 있을 때 또 다른 귀가 도움이 됩니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 “숨 쉬세요. 때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의사들이 당신을 위해 좋은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고 그동안 숨을 쉬도록 하세요.”
  •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제 조언은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읽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굉장히 우울한 연구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의료계에 있기 때문에 책을 너무 많이 읽었습니다. 바쁘게 지내세요. 나는 가능한 구토 방지약을 가지고 일하러 돌아 왔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 나는 방문객들에게 ‘당신을 보고 잠이 들 수도 있지만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난 그냥 내 휴식이 필요할 뿐이에요.’ 내 방문객들은 내가 그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내 침대 옆에 조용히 앉아 있을 것이었습니다.”
  •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상황이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좋아지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각각의 화학 요법과 절차를 거치면서 6개월에서 1년 후에는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과거의 일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십시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병원에서 끝없는 낮과 밤을 홀로 보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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