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나니 예준이가 뜬금없이 가방을 빨리 내려놓으란다.
– 왜? 가방을 내려놓으라는거야?
– 응. 그냥
– (속뜻이 있나 싶어 웃음을 참으며) 아이패드 하려구 그러는거지?
– 아니, 가방을 내려놔야 아빠가 쉬잖아.
– 아, 아빠 쉬라고 그러는거구나?
-(가방을 가리키며) 아빠 내가 저거 들고 나가서 아빠 대신 하고 올까?
(민준이가 뛰어들어오더니, 아이패드를 찾기 시작한다)
– 응? 왜?
– 응… 그러면 아빠 하루종일 놀 수 있잖아.
하하하하고 예준이와 함께 웃어 넘겼지만 마음이 편칠 않다.
아빠가 피곤해 보인 것일까.
아빠가 매일 아침 저 가방을 들고 나가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자기가 대신 가방을 들고 나가면 아빠는 좀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벌써 그런 생각을 할만큼 컸구나. 우리 아이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을 건너 뛰어 아이들은 이제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었다.
그렇구나, 벌써 7살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