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과 번역

  • 찬 공기 알러지

    수경은 왼쪽 귀에 걸려 있던 무선 이어폰을 빼어 상구의 손에 건네 주었다. 상구는 무선 이어폰을 받아 왼쪽 귀에 꼈다.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수경과 상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마주 앉아 음악을 들었다.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서로 담담했다. 수경의 오른쪽 귀와 상구의 왼쪽 귀에 걸린 이어폰은 둘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이어폰에 줄이…

  • 키드, 악기 끝을 올려봐

    키드는 재즈 악단 TOGB (The Original Genius Band)의 신입 트럼본 주자였다. 회사로 치면 인턴이나 수습 같은 멤버로 다른 단원들에게는 연주자라기보다 그저 햇병아리일 뿐이었다. 키드는 새로 맞춘 감색 조끼를 입고 번쩍이는 트럼본을 들었지만 관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무대 한 쪽에 서있는 마네킹 같았다. TOGB의 단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연주를 시작한 경우가 많아 나이가 40이 되지 않아도…

  • 1인용 고공 택시와 롤리팝

    나는 약속 시간에 늦었다 탁상 시계는 2시 20분 이었지만, 손목 시계는 2시 50분, 그리고 시계탑의 시계는 3시가 훨신 넘었다. 대체 어떤 시계가 맞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약속 장소까지는 한시간 정도가 걸릴 테니 3시가 넘었다면 제 시간에 도착하기는 이미 틀렸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지만, 택시 운전사들은 힐끗 거리며 계속 지나쳐간다. 나를 보고도…

  • 첼로

    자동차가 리에즈시 외곽의 리에즈 병원을 지나 발랑솔르 방향의 D6 도로로 좌회전 하자 굵은 비가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D6 도로는 차 두 대가 나란히 서면 꽉 차는 도로였지만 운전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사실 좁지 않았고 양 옆으로 펼쳐진 풀밭과 높고 낮고 넓게 펼쳐진 나무들, 그리고 옅은 주황색 벽돌담과 사잇 길 끝에 궁금한 입구를…

  • 등을 내어준다는 것은

    호주에 몇 개월에 걸친 산불로 수억마리의 동물이 죽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2019년 9월에 발생하여 2020년 1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그 연무가 도쿄만 까지 퍼질 정도였다. 호주 전체 숲의 14%를 태웠고, 박쥐, 양서류, 곤충 등을 포함하면 12억 마리가 넘게 타 죽었다다고 한다. 캥거루나 코알라 등 호주에만 살고 있는 동물들의 피해가 매우 컸고, 특히나 불에 타 어쩔 줄…

  • 글을 써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가 문학에 자꾸 눈을 돌리는 이유는, 그러니까 여전히 시나리오나 희곡, 소설, 시, 꽁트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써보려는 이유는, 내 글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마음의 깊숙한 곳에 진하게 고여있는 감정들 – 되돌리고 싶은 회한과 누가 볼까 두려운 부끄러움과 수치,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거칠고 뜨거운 욕망…

  • 자신에게 투자하는 방법 (How to invest in yourself)

    당신의 인생을 바꿔 줄 틀 머물 곳을 얻고 일을 성취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줄 나의 틀 이것은 헛소리도 공상도 아니다. 그냥 이 포스트를 *믿는다면* 당신은 해낼 수 있다. 세상에 이런 글이 무수히 많지만 그것과 비슷한 글을 하나 더 쓸 생각은 없다. 이 글은 현실적인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내일의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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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형

    사촌동생의 돌잔치에 갔다가 오랜만에 H형을 만났다. H형과 나도 사촌 지간이지만, 내가 H형에게 갖고 있는 친밀감은 웬만한 형제 못지 않을 것 같다. H형은 내 유년의 기억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내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자전거의 펑크를 수리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참나무에서 장수벌레를 꺼내는 것도 알려주었지만 형은 내가 잠든 사이 그 장수벌레들을 몰래 풀어주곤…

  • 작문. 꿈

    초겨울인듯 두툼한 외투를 입고 서너명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한참 걸어가고 있었다. 뒤쪽에 몇명의 일행이 더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앞에 덩치 큰 남자가 휘파람을 불며 휘적휘적 우리를 이끌었는데 그는 쪼리 슬리퍼를 신은 채였다. 내 옆에 나란히 걷던 금발의 여자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였지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는 하얀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러브스토리에서 이런 모자를 쓴 장면이 있었던가.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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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 2017년 세계 경제 Top 10

    원문 : https://www.weforum.org/agenda/2017/03/worlds-biggest-economies-in-2017/ 미국이 지배한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따라잡고 있다.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 최근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18조 달러(한화 2,550조원)로 세계 경제의 1/4(24.3%)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중국이 11조달러 (14.8%)이고, 일본이 4.4조달러로  3위이며 세계 경제의 6%를 차지한다. 유럽 국가들이 그 다음 3개 위치를 차지했는데, 독일이 4위로 3.3조 달러, 영국이 5위로 2.9조 달러, 프랑스가 6위로 2.4조…

  • 작문. 2016년 11월 30일 새벽 1시 51분

    몇 개의 ‘도’음을 건너 뛴 피아노의 울림처럼 시간이 퉁명스럽게 흘러가 버렸다. 내 일상의 모든 일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일주일 전에 태어난 아이가 갑자기 11살이 된 것은 아닐까? 험상궂은 표정으로 내 배를 지나는 여러 수술 자국도 실은 바로 어제 밤에 생긴 것은 아닐까? 내일이 되면 주름 가득한 백발 노인이 되어  일주일이 지나면 손주를 품에 안고 허허거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