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 김밀란 파스타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밀란 셰프의 레시피가 책으로 나왔다. 그는 이탈리아의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식당이 휴업하면서 시작한 유튜브가 의외로 반응이 좋았고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유튜브에서 미처 다루지 않았던 여러 가지 파스타 레시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라면만큼이나 간단한 요리, 파스타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로 유명한 오은의 시집이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일상을 묘사하는 단순한 표현이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던 감정들이라 더욱 와닿는다. 유쾌한 말놀이와 묵직한 현실 비판, 가벼움과 무거움이 혼재하는 이 시집은 재미있다.

  •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필명이 독특하다. 아니, 필명인지 실명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김개미 시인은 명랑하고 밝은 말투로 지난 과거를 새침하게 떠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들의 분위기와 시가 전하는 감정은 매우 어둡고 우울하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내게도 있었을 힘든 시간들이 떠오른다. ‘나의 불면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를’이라는 자학적인 표현들에서 어두움은 가벼움과 어색한 조화를 이룬다. 좋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만좀 하지 싶기도 한데,…

  •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시 #싯구 #죽음

    어찌어찌 하다가 늦은 저녁 허수경을 꺼내 들었다. 다시 한번 이런 시인이 이제는 없다니, 공기처럼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나는 시인의 죽음 앞에 무능력의 좌절과 답답함을 깨달을 뿐이다. 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집으로 선뜻 들어설 수 없는 마음 강으로 간다 다 보내고도 아직 내 마음에 차 있는 정다운 쓰림아 저녁 오지 않는다…

  • 그때 그 마음(2022 제6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23년 만에 만난 친구의 이야기다. 둘의 가정 모두 IMF 위기를 맞아 하나는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하나는 멕시코의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분리된 채 지나간 23년의 시간, 그 세월 속에서 빛바래고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둘은 다시 연결된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후반부인데, 화가 잠자의 가상 세계 속에 빠져든 혜성의 오해를 통해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집에 대해 깊은 의미를…

  • 견디고 절망하는 모든 삶을 비추는 따스한 불빛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작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읽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결말과 따뜻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죠. 우리가 잠시도 참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열어보는 휴대폰 속 세상에는 한끼에 몇 십 만원을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는 화려하고 빛나는 과시적 일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은영 작가가 집중해서 바라보고 관찰한 일상은 그와 달리 온통…

  • 2024년 2분기 읽은 책들

    정확히 노동조합으로 적을 옮긴 2분기부터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는데, 또 정확히 2분기부터 거의 기록하지 못했다. 많이 읽어서 기록을 못한 건지 바빠서 기록을 못한 건지 모르겠다. 스릴러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는 프리다 맥파든의 작품. 평범한 가정부의 시선으로 시작해, 점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 심리 스릴러입니다. 빠른 전개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

  • 허수경 시인만큼 나이 먹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울림이 큰 책은 허수경 시인의 유고 산문 ‘오늘의 착각’이었습니다, 시인은 (아마도 먼 타향 독일에서) 말 한마디 없었지만 세월호의 참사를 악몽으로 견디고 있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아이들이 바다에서 생매장을 당하고 뒤 내 잠자는 방은 끔찍한 바닷속으로 변했다. 죄스러움, 도저한 공포, 무력의 조류가 방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 고요한 사유의 시간은 커녕 이대로 가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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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집, 두번째 삶의 시작이 되길

    S에게 첫 시집이 나왔다는 카톡 메시지에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마침내, 너의 목소리를 듣는구나. 회사와 일과 접대, 아내와 아이들 같은 삶의 무게를 견디며 짬을 내 조각조각 이어 붙였을 그 목소리. 그래, 내가 아는 S는 시인이지. 대견하다. 언젠가는 나올 줄 알았어. 어디 볼까? 월정사에서 우물을 찾는다라… 기대감에 소개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덜컥 마음이 내려 앉았다. 평론가인 누님의 발문에…

  • 수수께끼.허수경

    위를 모두 제거한 후로 식사 후에는 45도 정도 등을 기대어 음식물이 빨리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택 근무를 하거나 휴일에는 잘 지키는 편이고 그렇게 천천히 소화시키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컨디션 차이는 꽤 큽니다. 그리고 그 소화 시간에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퍼붓습니다. 불완전한 소화를 돕기 위해 체내의 에너지가 모두 소화 기관으로 쏠리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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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하루키의 에세이는 일단 재미있습니다. 읽다 보면 절로 피식거릴 때도 있고 크크크크 하면서 격하게 동감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같은 여행 에세이는 하루키의 시각과 생각을 통해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을 둘러보는 맛을 느낄 수 있어 더 재미있습니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 그가 집필 생활을 하면서 몇개월 몇년씩 살았던 곳을 다시 방문하여 느끼는 애착과 반가움을 같이 느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