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 조선 남녀 상열지사 (8/10)

스캔들 – 조선 남녀 상열지사 (8/10)

스캔들 – 조선 남녀 상열지사 (8/10)

통하였느냐?
통하고 버렸느냐?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저는 육체의 신성함-고결하다거나 더럽혀진다 거나 하는-을 믿지 않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육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할 수 없는 사회,
육체에 대한 억압이 이성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지는 중세사회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발랄하기 그지 없는 상상의 나래.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우연을 가장하여 도서관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치한을 폼 나게 때려눕히고
곧 죽을 것처럼 비 맞은 얼굴로 마지막을 고하는 등의 고전적인 수법들에 대한 이야기는 단지 배경과 시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우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성(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여러 비법들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고,
그렇게 ‘통한 관계’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하겠습니다.
또한 비가 그은 후 고인 물에 뛰어드는 개구리 등의 삽화성 컷트가 곳곳에 삽입돼 영화의 고전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화면들의 행간에는 ‘육체와 이성’이라는 고전철학의 테마가 숨어있지요.
그러나 숙부인 정씨(전도연분)가 마침내 몸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반면, 그 이후 조원(배용준)의 방황으로 시작되는 ‘진지한’ 이야기는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곳에서라면 우리가 부부라 한들 뭐라 할 사람이 없겠지요’ 등의 대사들이 볼드로 처리되어 강조되면서, 이야기가 조원과 숙부인 정씨의 사랑놀음으로 전락한 탓이라 하겠습니다.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ps for 전도연. 전도연은 귀여운(당돌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 짱구 이마 덕에 아주 개성있는 배우가 됩니다.

ps for 배용준. 완벽한 캐스팅이었습니다. 눈웃음과 유약한 바람둥이의 identity,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ps for 이미숙. 돋보이지 않으나 무게있는 연기가 좋습니다.

Similar Posts

  • 무명 (Hidden Blade, 2023) (7/10)

    무명 (Hidden Blade, 2023) 양조위의 얼굴에 이끌려 시작한 영화였다. 그런데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머릿속에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왕이보였다. 젊고 잘 생겼다. 그러나 양조위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영상미만큼은 타협이 없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영상미다. 배우들의 얼굴을 따라 굴곡지는 섬세한 조명,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꽉 찬 구도. 꽉…

  • 프레스티지 (8/10)

    휴 잭맨과 크리스천 베일,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는 것으로도 기대할만했다. 동전처럼 서로의 인생이 엮인 두 마술사가 서로의 비밀을 탐내고 질투하면서 맞이하는 마술과 마술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의 분량이 많지 않아 다소 아쉬웠지만, 마지막 반전이 아주 좋았다. 제목은 좀 아쉽다. 잘 쓰지 않는 영어이기도 하고 make sense처럼 잘 번역되지 않는 단어다. 관련된 글: 올드 가드 (8/10)…

  • 메탈로드 (8/10)

    추천합니다. 18세 이상이라고 되어있지만, 청소년들과 같이 봐도 괜찮은 유쾌한 영화입니다. 데스메탈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음악 영화는 아닌지라 가볍게 볼 수 있고 ‘악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이 음악으로 대성한다…’ 이런 성장 스토리 느낌도 강하지 않습니다. ‘스쿨 오브 락’의 메탈 버전 같기도 합니다. 한때라도 메탈을 좋아했다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메탈 밴드와 메탈 명곡들의 이름을 보며 추억에 잠길…

  • 송 원 (6/10)

    추천하지 않습니다. 앤 헤서웨이를 보고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기대한 대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지만 음악이 나오지 않는 씬들은 몹시 지루하고 설득력이 없어서 그녀의 매력도 빛이 바랬습니다. 관련된 글: 스쿨 오브 락 (9/10) 메탈로드 (8/10) 데스 위시 (5/10) 스펜서 컨피덴셜 (8/10) 지아이조 2 (5/10) 파워 오브 도그 (10/10)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6/10) 애드 아스트라 (10/10)

  • 슈트 Suits (9/10)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시즌이 무려 9개나 있는데 인기가 있었으니 롱런할 수 있었겠지요? 변호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법정 다툼의 비중은 크지 않고 오히려 변호사 개개인의 인물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똑똑하고 현명하고 이기적이고 날카롭고 영리하고 정교합니다. 하비 스펙터는 똑똑하지만 이기적이고 정상에 있지만 외로운 사람입니다. 정상에 서야하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그 내면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 스파이더맨2 (9/10)

    역시, 샘 레이미!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영웅에 대해 가지는 두가지의 상반된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권한과 책임이다. 힘은 얻었으나 그 책임이 두려운 너무도 평범한 한 인간이 여기에 있다…라는 톤으로 떠드는 것은 시덥지 않은 평론가에게 맡기자. 포스터를 보라.금빛 NewYork City의 마천루.그 위에 당당히 군림하고 있으나, 찢어진 수제 의상을 입은 스파이더맨.이 작품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