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였느냐?
통하고 버렸느냐?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저는 육체의 신성함-고결하다거나 더럽혀진다 거나 하는-을 믿지 않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육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할 수 없는 사회,
육체에 대한 억압이 이성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지는 중세사회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발랄하기 그지 없는 상상의 나래.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우연을 가장하여 도서관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치한을 폼 나게 때려눕히고
곧 죽을 것처럼 비 맞은 얼굴로 마지막을 고하는 등의 고전적인 수법들에 대한 이야기는 단지 배경과 시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우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성(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여러 비법들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고,
그렇게 ‘통한 관계’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하겠습니다.
또한 비가 그은 후 고인 물에 뛰어드는 개구리 등의 삽화성 컷트가 곳곳에 삽입돼 영화의 고전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화면들의 행간에는 ‘육체와 이성’이라는 고전철학의 테마가 숨어있지요.
그러나 숙부인 정씨(전도연분)가 마침내 몸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반면, 그 이후 조원(배용준)의 방황으로 시작되는 ‘진지한’ 이야기는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곳에서라면 우리가 부부라 한들 뭐라 할 사람이 없겠지요’ 등의 대사들이 볼드로 처리되어 강조되면서, 이야기가 조원과 숙부인 정씨의 사랑놀음으로 전락한 탓이라 하겠습니다.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ps for 전도연. 전도연은 귀여운(당돌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 짱구 이마 덕에 아주 개성있는 배우가 됩니다.
ps for 배용준. 완벽한 캐스팅이었습니다. 눈웃음과 유약한 바람둥이의 identity,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ps for 이미숙. 돋보이지 않으나 무게있는 연기가 좋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이 영활 보면서 우는 여인네들에게 혹자는 “왜 우냐?” “우는 이유가 모냐”라고 하던데.. 저 또한 이 영활 보면서 울었지요..
왜 울었냐면.. 사랑이 떠나가니까.. 그토록 순정을 준 남자가 떠나가고..
또 그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채(부인한 채) 죽게 되고..
그 과정들이.. 잔잔하게 슬픔을 자아냈으니까..
특별한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든(상업적으로), 영화라 생각되었습니다.
@씽씽우먼
그랬구려.
금요일밤은 이렇게 억지로 눈을 뜨고 새벽까지 버틴다오.
졸려 죽겠는데, 함부로 잠을 잘 수가 없소!
핑백: Yoda, goes shop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