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 – 홍정선.강계숙 엮음/문학과지성사 |
강계숙의 해설이 명문이다. 작가의 숙명이자 권리이자 천형인 글쓰기, 더 좁혀서 시인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고 깍아내는 시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길게 쓰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뭐랄까 평론가의 객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한명의 독자가 느끼는 열정을 토로한 뉘앙스다. 현학적이고 다소 장황하지만 끌린다.
예민한 자의식은 섬세한 감수성의 동력이지만, 마르지 않는 괴로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제 것이면서도 다룰 수 없는 칼날이 되어 남과 나를 해치는 상처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치명적인 광기의 연원이 되어 불가항력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몇몇의 시인들은 역시 명불허전이고 또 몇몇의 낯선 시인들은 그들의 시집을 뒤적이게 만들었고 또 몇몇의 시인들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것은 편집자와의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 본다.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남몰래 이쪽 눈물로 적실 때
그 스며드는 것이 혹시 시일까.
(외로움과 눈물의 광휘여)
-광휘의 속삭임.정현종
지금
목마른 사자 한 마리 내 방 문 앞에 와 있다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남진우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오늘 하루 이 시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은
저 바위가 서 있는 것과 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자미원 간다. 조용미
그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진 것이 아니라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주저흔. 김경주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