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침내 그가 죽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시리즈니까 60년 가까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이어져 왔습니다. 냉전 시대에 독일, KGB, 군수 업자, 스파이 등을 상대하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그 타겟도 바뀌게 됩니다. 지구 정복, 무기 암거래상, 부패한 소련 장교, 마약상, 주식 세력, 북한 등등.
007이 죽는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상대할 적이 없다는 뜻일까요? 극한의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이 전부가 되버린 세계는 더이상 007도 감당할 수 없었나 봅니다.
실제로 영화의 스케일은 압도적입니다. 과연 007…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들이 이어지나 CG가 워낙 발달한 지라 감동이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복수, 시련, 설원, 이태리, 축제, 친구.
여러 이야기가 펼쳐지나 이미 은퇴한 스파이를 보고 있자니 담담했습니다. 007을 죽음으로 이끄는 개연성이 떨어지는데다가 도게자 같은 불필요한 장면이 추가되다보니 종반부는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역대 007 중에서는 ‘로저 무어’가 최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로저 무어와 본드걸과의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 밉지 않고 매력적인 로맨티스트 역할에 최고였고, ‘젓지 말고 흔들어서’라는 대사가 그만큼 어울리는 배우도 없었거든요.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