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작품인지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맞다)
포스터의 “첫번째 사랑 이야기”는 엉터리다.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첫번째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다른 이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면 이렇게 된다. 심지어 여주인공 이름인 메르는 불어로 ‘바다’이다.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바다를 향해 매일 올라가는 깃발, 태평양을 건너 온 엄마.
물론 메르와 슌이 서로 애틋한 감정을 갖기는 하지만, 두 감정의 부딪침보다는 사회의 오래된 것들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고 확인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재미이고 눈에 띈다. 그 가치와 재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일 수도 있고, 카르티에라탱 같은 건축물일 수도 있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큰 도시이지만 규모와 역사에 비해 턱없이 재미 없다. 낡거나 오래된 것을 흔적도 없이 모두 걷어내고 새 것들로 채워 놓았기 때문이다. 서울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은 가득하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은 별로 없다.
먼지까지도 문화라는 과장된 주장에도 동의할 수 있을만큼 우리는 지나간 시간에 박정하고 매섭다. 오래된 것을 제대로 간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모든 새것은 언제나 오래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같은 작품을 통해 지브리는 역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모아 두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2년 마다 새 휴대폰을 구입하고 눈으로도 귀로도 구분할 수 없는 영상과 소리를 위해 티비를 바꾸고 오디오를 바꾸어야 하는 시대에 이런 작품들의 의미는 당위에 가깝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