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산책을 나갔다가 어지러움을 느껴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 앞이 뿌옇게 어두워졌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가라앉기를 바랬다.
왜 이렇게 함들까? 겨우 몇십미터 걸었는데 이렇게 주저 앉다니.
회복은 되고 있지만 한없이 느리다.
눈을 떠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오후 5시도 되지 않았는데 태양은 은은한 빛을 뿌릴 뿐 따뜻하지 않다. 그때 들려온 음악이 바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오페라지만, 이 간주곡은 언제 들어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내게 최고의 서양 음악이냐고 묻는다 해도 쉬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에도 ‘어?’하는 놀라움에 곡명과 작곡가를 다시 한번 새겨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페라 간주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한 곡이다.
눈을 감고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거의 언제나 과거의 어느 조용한 때가 마음 속에 떠오른다.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 기억들.
지금처럼 힘든 때에는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구 사람들의 귀는 비슷한 면도 있어서 같은 앨범에서 이곡의 재생수는 다른 곡에 비해 100배가 넘는다.
서곡은 오페라의 시작 전에 연주되는 곡이고, 전주곡은 각 막의 앞에 붙는 곡인데 간주곡(intermezzo)은 막과 막 사이에 들어가는 음악이다. 간주곡은 비교적 그 형식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도 작곡가가 극의 핵심 부분에서 극적인 효고를 높이기 위해 집어넣는다는 점에서 뛰어난 곡이 많다.
인생의 한 막을 반강제로 접고 시작하는 지금의 내게, 소중하고 소중한 곡이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