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환자가 없다면 그럭저럭 볼 만 합니다.
‘스카이캐슬’에서의 연기가 눈에 남았던 배우 염정아를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염정아는 고소영과 마찬가지로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배경 덕분에 그런 저런 조연을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에 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에 구다리를 접하고선 극장에서 볼까 하던 작품이었습니다.
‘말기암에 걸린 아내,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남편이지만 그녀의 요청으로 전국 곳곳 첫사랑을 찾아 헤메는 이야기’
재미있겠다, 어떤 에피소드들이 들어있으려나, 게다가 뮤지컬 영화라니.
작품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영화가 주는 따뜻한 화면 위에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삶을 어둡지 않게 표현했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편집도 괜찮았고요. 한가지, 암 환자와 그 식구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흥미를 끌어 내는 그럴싸한 구다리가 사건의 구체적인 실체화에 소훌하면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그저 그런 에피소드의 연결로 변질된 것입니다.
이제 두 달 남았다는 의사의 진단에 ‘두 달 후면 큰 애 생일인데’라고 반문하거나, ‘너 폐암이랜다, 담배피냐’고 아내에게 병명을 알려주며 화를 내고 일어선다거나, 애 수능 때문에 미역국을 끓인 아내를 나무라거나 집안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탓하는 장면 등이 매우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에피소드나 대사는 아마도 남편의 무뚝뚝함과 거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는 너무 매정하고 모진 표현들로 특히 저처럼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함을 넘어 화가 날 정도입니다.
이런 초반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하고 볼 만한 작품입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초반의 이런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을테니까요,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