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imdb.com/title/tt0116005
몇 주 간에 걸친 홍상수 전작 보기가 이로써 끝났다.
1996년 작이니 지금부터 18년 전이고 나는 스물 몇살의 치기 어린 작가 지망생이었다.
한국 영화를 가급적 개봉 당일 극장에서 보려던 때였고, 캄캄한 극장 안에서도 영화의 모든 장면을 컷과 씬으로 분리하여 메모했었다. 감독의 의도와 숨겨진 상징, 카메라의 움직임과 조명의 변화, 배우들의 연기와 발성, 장면전환, 구도 등등.
극장 안에서 나는 단 1초의 시간도 그냥 보내지 못했고, 극장을 나와서는 곧 수첩을 펼쳐 어둠 속에서 보지 않고 감각만으로 씌여져 겹쳐진 글줄을 하나하나 분리하고 되살렸다.
이 영화의 마지막 씬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강렬했고 나는 펜을 놀리는 것을 잊고 몰입했었다.
이응경이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신문을 보다가, 일어서 한장씩 조심스레 바닥에 깔 때부터 창문을 열 때까지.
하나도 새롭지 않은 구차한 신문과 같은 일상을 (무시하지 않지만) 밟고 일어서 벗어나는 길은,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죽음 밖에 없었다.
참으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ps. 그리고 이와 아주 흡사한 느낌을 주는 싯구도 있다. 기형도의 표현 중에 ‘오래된 신문’이라는 묘사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