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 저러 링크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황인숙의 시를 한편 발견했다.
나는 한때 매주 한권의 시집을 샀던 적이 있었다. 2백여권의 시집을 가지고 주위의 그 누구보다 많은 시집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독한 편식. 황지우, 황인숙, 이인성, 기형도, 김수영, 최승자, 이문재, 백무산, 박노해, 장정일, 김영승… 아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시인들.
잊고 지내는 ‘나’가 너무 많다.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황인숙 시집, ‘자명한 산책’,문학과 지성사, 2003.
타인은 지옥임을 순순히 인정하는 순간, 세상에 기댈 것이 별로 없음을 알게되고 사람은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게 된다. 영원의 깊이가 그러할까? 내 속으로 내 속으로 들어가다보면, 그곳엔 적막함을 넘어서는 고요한 평화가 가득하다. 빛이 없어 스스로 빛을 발하는 심해어처럼 나에게 집중하는 공간. 나는 심해로 들어간 남자, 그리하여 심해가 되버린 남자가 되고 싶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