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초겨울인듯 두툼한 외투를 입고 서너명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한참 걸어가고 있었다. 뒤쪽에 몇명의 일행이 더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앞에 덩치 큰 남자가 휘파람을 불며 휘적휘적 우리를 이끌었는데 그는 쪼리 슬리퍼를 신은 채였다. 

내 옆에 나란히 걷던 금발의 여자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였지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는 하얀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러브스토리에서 이런 모자를 쓴 장면이 있었던가. 

그녀는 ‘콜드’라며 내 손을 자기 어깨에 둘렀다.

의외였지만 바람이 매서웠기 때문에 나도 체온을 나누기 위한 동물적 본능으로 힘껏 안았고 추위를 덜 수 있었다. 

그녀는 한국말을 잘 알아 듣지 못했고 몇마디 영어로 얘기를 건네다가 곧 그만 두었다. 캐나다에서 왔는데 한국도 거기만큼이나 춥다는 얘기가 끝이었다.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긴 여행을 끝내리 

신해철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유창한 한국어를 내뱉었다.

부르지 마, 그거 슬픈 노래야. 

한국어에 그리고 급작스런 슬픔 운운에 그녀를 쳐다보니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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