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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근

  • 파파 

부천에 외근이 있어 들렀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들은 라디오의 사연 하나가 계속 떠오른다.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이야기. 자기는 나이가 들었을 뿐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아서 여전히 기댈 수 있는 어머니가 필요하다고 시작됐다. 하늘에서 천사를 하다가 이 세상에 내려와서 자기 엄마가 되었는데, 이제 다시 천사로 되돌아가려 한다고.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5년만 더 우리 엄마로 있다가 천사가 되면 좋겠다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긋하고 무거운 이야기였고, 사연의 주인공은 아마도 중년 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기 소원을 들어준 것인지 어머니의 병세는 급격히 호전되었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사연은 끝을 맺었다.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다. 캄캄하고 조용한 집은 이제 어색하다.

밤이 되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7월 내내 내린 비는 아직도 그칠 기미가 없다. 사람들은 장마가 아니라 우기가 생긴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정말로 우기가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대충 씻고 문을 여니 처음 보는 아주머니와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서있다. 교회나 성당에서 온 것이라고 짐작하고 쓴소리를 하려던 차에, 아주머니가 집을 보러왔다고 말을 꺼냈다. 부동산 주인과 손님들이었다.

살 집을 고르는 신혼부부인가? 젊은 남자와 여자는 어려 보인다. 나도 당신들처럼 신혼 때 이 집을 구했다고, 이 동네 살기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려다가 말았다.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치가 될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들처럼 둘이 시작한 설레임이 이제는 네사람의 일상이 되었다. 아내는 엄마가 되었고 나는 아빠가 되었다.

우리 엄마도, 아내도 천사일지도 모르겠다.

비가 조금 그었다. 창문을 다시 열어야 겠다.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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