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점수 : 9.0
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기대가 너무 컸다)
개봉 이전 부터 웅성거렸던 사람들의 호기심과 칸느에서 들려오는 솔깃한 소문만큼은 아니더라는 말이다. 나 역시 애초에 이 영화가 그럴싸한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주는 대작 SF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 영화에서 눈이 휘둥그래질 독특한 ‘괴물’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이 영화를 기다린 단 하나의 이유는, ‘봉준호 감독의 리얼리즘이 특수효과를 만나면 어떻게 변할까’라는 궁금함 때문이다.
봉감독은 그것을 ‘적절함, 혹은 적당함’에 대한 고민으로 풀어버린 듯 하다.
적당한 크기와 적당한 형태의 괴물, 적당한 량의 코미디, 적당한 클라이막스. 무엇보다도 적당한 상징과 이 모두를 한 품에 안고 있는 적당한 리얼리즘
쓰레기 버리면 괴물 나온다, 괴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권력과 자본, 욕망, 유기농 웰빙 식사-도 있고, 괴물은 우리와 똑같이 생긴 때-구청 방역과장, 의사, 경찰, 미군-도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괴물(host)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도 꿋꿋이 밥 먹고 살자.
봉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아니면 그가 더 큰 모험을 다음으로 미룬 것일까?
ps. 화염병을 ‘꽃병’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날아가는 화염병, 불길, 괴물. 이 풍경이 웬지 익숙한 것은 386뿐일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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