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방 불을 끄고 누워 전자책을 읽다가 이런 시는 남겨두어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종이책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 맛이 있는데, 전자책은 사진을 찍으면 재미가… 더 보기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방 불을 끄고 누워 전자책을 읽다가 이런 시는 남겨두어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종이책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 맛이 있는데, 전자책은 사진을 찍으면 재미가… 더 보기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어느 봄날. 나희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더 보기 »어느 봄날. 나희덕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더 보기 »흰둥이 생각. 손택수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애인이 보낸 편지를 받지 못한 채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렸고,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있는 보석같은 순간들이 모두… 더 보기 »어느날 애인들은. 허수경
옛 마을을 지나며.김남주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선생은 꿈꾸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쟁취하기… 더 보기 »옛 마을을 지나며.김남주
추위를 막기 위해 털어 넣은 독주가 눈물이 되어 툭 털어지는 대관령길. 우린 모두 길 위에 서 있다. ps.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대관령길을 내려가던 때가 생각난다.… 더 보기 »대관령 옛길. 김선우
비둘기호 / 김사인 여섯 살이어야 하는 나는 불안해 식은땀이 흘렀지. 도꾸리는 덥고 목은 따갑고 이가 움직이는지 어깻죽지가 가려웠다. 검표원들이 오고 아버지는 우겼네. 그들이 화를 내자… 더 보기 »비둘기호. 김사인
없는 사람은 늘 아프다.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마저도 아프다. 없는 사람의 아픔은 약을 먹어도 침을 맞아도 가시지 않는다. 없는 사람은 아프고 아파서 더이상 아픔이 아프지 않아… 더 보기 »아픈 세상. 황규관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더 보기 »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적도로 가면 만날 수 있다는 확신, 태양이 져도 시간은 뒤로 흐르지 않는 불변의 진실,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다면 적도에서는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지구에서… 더 보기 »적도로 걸어가는 남과 여. 김성규
오래된 서랍. 강신애 나는 맨 아래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다더이상 보탤 추억도 사랑도 없이내 생의 중세가 조용히 청동녹 슬어가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서랍을 연다노끈으로 묶어둔… 더 보기 »오래된 서랍. 강신애
좋아하는, 존경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시인이었다. 그녀의 슬픈 웃음 소리 ‘킥킥’을 듣고나서부터 나는 그 발랄한 슬픔에 푹 빠졌다.들춰보니, 몽생 취사하고, 불취불귀하여, 모든 게 흐릿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더 보기 »허수경이 갔다. 혼자서. 먼 집으로.
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속수무책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진흙참호 속묵주로 목을 맨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있어도단… 더 보기 »시. 속수무책 – 김경후
어제는 내가 졌다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바람이 불고, 더 깊은 곳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오늘도 나는 졌다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적은 내게… 더 보기 »시. 패배는 나의 힘 – 황규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 이병률 빈집으로 들어갈 구실은 없고 바람은 차가워 여관에 갔다마음이 자욱하여 셔츠를 빨아 널었더니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눈물 같은 밤그 늦은 시각… 더 보기 »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병률
사랑한다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비가 그친 뒤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더 보기 »정호승의 시 몇 수
오뉴월 김광규 우리가 만들어낸 게임보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장끼 우짖는 소리 꾀꼬리의 사랑 노래 뭉게구름 몇 군데를 연녹색으로 물들입니다 승부과 관계없이 산개구리 울어내는 뒷산으로 암내 난… 더 보기 »시. 오뉴월.김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