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박완서.현대문학.2004
80이 넘은 노작가의 감성은 여전히 소녀 같다.
부럽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보다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 보다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꿈도 들어맞기 시작하고 예감도 들어맞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노작가는 얘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심장 한가운데에 서 있다.
첫사랑의 그 남자와 그 남자가 살았던 조선 기와집을 소재로 한국전쟁 이후 2004년까지의 시기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의 매력은
(사실 그녀의 작품들이 대개 그렇지만) 신선한 과육 같아서 배어물수록 삶의 따뜻한 육즙이 물씬물씬 흐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80년을 살지 않고서는 체현하기 힘들 삶의 진리들 담은 경구들이 문장 사이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
소시민의 분노, 회한, 두려움, 기쁨, 안도… 사실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정말 별것 아닌 소소한 감정들 아니던가?
병상의 햇살은 세로토닌을 과도하게 분비시키는가 보다. 책을 읽다가 주루룩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문학이 어두운 세월을 밝혀주는 빛이었다고 노작가는 술회하지만, 그녀의 문학도 타인에게는 커다란 불빛임을, 알고 있을까?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