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베스트 셀러에 대한 불신.
대부분의 베스트셀러가 그렇듯이,
많이 팔리긴 했으나 좋은 작품은 아닌.
아쉽지만, 이 책도 그런 부류.
너무도 절제되어 불면 날아가버릴만큼 건조한 문장과
지극히 가볍고 감각적인 묘사를 제외하면,
솔직히 남는게 없다.0.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쓴 책이 제법 많다.
몇권은 더 봐야, 일본의 3대 여류작가인지 아닌지 얘기할 수 있을 듯.
질문 1 – 아오이는 마빈을 사랑했을까?
Yes. 라고 대답한 당신은 대략 열정적인 바람둥이. -_-;
No. 라고 대답한다면, 냉정한 이기주의자.
아오이는 마빈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는 마빈에게 조금도 의지하지 않으며 그 어떠한 틈입도 허용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그녀는,
늘 남자를 상처입힌다.
그것은 두려운 고슴도치의 모습.
그렇다면,
질문2. 아오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오이가 쥰세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마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이라는 따위의 답변은 통하지 않는다. (좋은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떨어지는 작품도 아니다.)
아오이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남에게 상처 입히는 자신, 남에게 상처 입을 자신. 남에게 **하는 자신, 자신, 자신.
상처 따위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지만, 그런 상처를 ‘내’가 주거나 ‘내’가 받고 싶지 않다는 것.
그녀는 흔치 않은 완벽한 이기주의자이다. 그 도도한 id가 맘에 든다.
질문3. 그렇다면, 아오이는 쥰세이를 사랑하는가?
물론,
아니다! 전술하듯 아오이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 외에는 없다.
‘사람이 돌아갈 곳이라고는, 결국 누군가의 가슴 속이야’ 라고
아오이의 친구가 이야기 하지만, 아오이는 ‘돌아갈 누군가의 가슴 속’을 여전히 찾아 헤메고 있다.
그녀는 아마, 죽을 때까지 찾아 헤메일 것이다.
ps. 블루 편을 아직 보지 못해서,
그래서 위의 대답들은 절반 쯤은 맞고, 절반 쯤은 틀릴 것 같은데,
‘열정과 냉정 사이’는 사랑에 관한 소설이 아님은 명확해 보인다.
and ps. 두명의 필자가 주고 받는 식으로 글을 쓰는 이런 기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ps for ps. 블루에서 기대되는 장면은
– 쥰세이가 다카시를 통해 아오이와 마빈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
– 아오이에게 편지를 쓰고 부치기 까지의 과정.
– 아오이의 전화를 두번 (한번은 응답기가 한번은 자신이) 받았을 때의 심리 묘사.
– 피렌체에 일찍 도착해 아오이를 기다리는 쥰세이의 생각. (쥰세이는 늘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했는데, 유독 피렌체에서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last ps. 냉정과 열정사이. rosso의 읽히는 힘은 중후반부에 있다. 마빈과 헤어지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고조되는 긴장과 갈등. 오호호호호~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하나의 책을 읽고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있군요…
역시 xingty의 뻐꾸기성 발언은 공갈만이 아닌듯 ^^
읽고나서 호/불호만 가리는 난 뭐지???
하긴 요즘엔 책도 안 읽지만..
어쨌던 멋진 감상평
감상평 평가 별점 ★★★★☆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 이야기에 대한 감흥자체가 아련해졌기때문일지도.)
아오이가 쥰세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라는 단언에는 동의할 수 없음.
다만, 사랑함의 방법에 서툰것뿐이라구요.
결국. 그 둘사이에 남아있는것이 단지 기억이나 추억따위라고 할지라도. 그보다는 여전한 그리움이 느껴졌는걸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표현할런지는 몰라도
그리움 같은건 사랑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건 미련이나 집착하고는 다른거니까..
아오이가 사랑하는 방법에 서툰 것 뿐이다…라고요?
사랑 없는 그리움은 불가능하다…라고요?
흠흠.
아오이가 마빈과 함께 사는 대목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오이는 사람을 사랑하는 여러 방법을 잘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저녁시간에 생선요리를 한다던가, 비가 오는 날 자신을 마중나오는 남자를 기쁘게 해준다던가.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잘 하는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