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게 피어싱 –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문학동네 |
아, 놀랍도록 자극적이고 짜릿한 소설이군요.
그 자극은 아마 원시를 접했을 때의 경이로움과 비슷합니다. 작은 바늘에 찔렸는데 갑자기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랄까요? 당혹스럽지만 그 엄청난 기운에 압도되는.
저자 스스로 ‘만인에게 단 한번에 이해되는 소설을 쓰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직설적이면서 너무도 평이한 구어체의 문장이지만 쉽게 그 의도를 알아챌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어디에고 빛이 없다는 것. 내 머릿속도, 생활도, 미래도, 완전한 암흑이라는 것. 그런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죽어가는 장면을 예전보다 더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문제는 그것을 웃어 넘길 수 있는 여력이 지금의 나에게는 없다는 것.
베르테르식의 과장된 청춘의 암담함과 절망이라기 보다 생의 또 다른 뒷면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