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탑건’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탑건:매버릭은 아주 잘 만든 상업 영화죠. 전작 탑건도 그렇습니다.
저는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도 좋아하고, 토니 스콧의 크림슨 타이드도 좋아합니다. 둘의 작품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그게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모두 뛰어난 감독입니다.
어쨌거나 제게 ‘탑건’은 1986년 냉전 시대에 조각같이 잘생긴 탐크루즈를 데려다가 전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강대한 미국의 이미지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옛날 저는 탑건이 재미는 있을지언정 감동이나 메세지는 하나도 없는 전형적인 미 제국주의 선전 영화라고 생각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탑건: 매버릭’ 역시 실은 ‘탑건’과 다를 게 거의 없었는데도 영화을 보는 내내 계속 아련한 느낌이 들었고 순간 순간 눈이 뜨거워지는 장면도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영화 탑건(과 냉전과 제국주주의와 젊은 탐 크루즈와 아이스맨 등등)은 저의 청춘 시절이었던 반면 탑건:매버릭(과 스마트폰과 적을 찾을 수 없는 미국과 늙은 탐 크루즈와 행맨 등등)은 이제 청춘과는 전혀 상관 없는 지금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젊음과 충동, 열정과 치기, 조급함과 두려움, 그럼에도 부족함을 모두 뒤덮고 남는 젊음이라는 가능성. 제게도 그런 한 때가 있었다는 것을 ‘매버릭’이 떠올려 주었습니다.
‘그 때는 그랬지’
탑건 매버릭은 그런 향수를 담고 있었습니다. 더이상 파일럿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포르쉐 911과 머스탱 경비행기, 잘 늙어가는 탐 크루즈와 발 킬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멋진 게 젊음만은 아니니까요.(발 킬머가 실제로도 후두암 투병중이라는데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1986년 이후로 이십몇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저라는 인간도 달라진 게 별로 없었습니다. 나이를 좀 더 먹었고 여전히 영화 보기를 즐기고 여전히 영화평을 남깁니다. 단지 이제는 같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 아이들이라는 정도?
추억할만한 좋은 한 때가 있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멋진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추억을 가진 이에게는 아련함을, 처음 본 아이에게는 공군입대를 꿈꾸는? ㅋㅋ
그러고보니 더 이상 인간이 필요 없는 직업에 파일럿도 끼겠군요.
재밌게 보셨습니까? 장마 그치면 또 식사 한번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