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레즈비언의 담론은 결국 정치적인 다양성의 문제이다. 게이/레즈비언을 이야기하는 것은 호르몬의 문제도 아니고 염색체의 문제도 아니고 정신 건강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내 것과 다른 사람/사고/양식을 얼마나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개인보다는 국가, 나보다는 사회가 우선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게이/레즈비언 담론은 곧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금기의 하나일 뿐이다. 사회적인 소수를 무시하지 않고 수용하는 성숙한 다원주의가 그 사회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이런 영화는 우리 사회가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음을 의미하리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애매한 목소리로 조심조심 내비출 수 밖에 없었던 그 금기의 이야기가, 이제는 유머로 포장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워졌다.
그럼에도 영화는 여전히 무거운 뒷맛을 남긴다. 끝까지 끝까지 농담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을까?
ps.Steve Jobs Speech가 스탠포드에서 했던 연설을 보고 있노라면 학사모를 쓰고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한국의 대학 졸업식장에서는 볼 수 없는) 졸업생의 모습이 얼핏 스친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그런 위치에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