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시. 슬픈 빙하시대

당신을 알았고, 먼지처럼 들이 마셨고
산 색깔이 변했습니다. 기적입니다. 하지만 나는 산속에 없었기에 내게는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기적이 손짓해도, 목이 쉬게 외쳐도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가는 길도 잃어버렸습니다. 당신이 오랫동안 닦아 놓았을 그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덤불로 가리워진 그 어디쯤, 길도 아닌 저 끝에서 당신은 오지 않는 나를 원망하고 있겠지요. 다시는 기다리지도 부르지도 않겠지요. 그 산을 다 덮은 덤불이 당신의 슬픔이겠지요.
호명되지 않는 자의 슬픔을 아시는지요. 대답하지 못하는 자의 비애를 아시는지요. 늘 그랬습니다. 이젠 투신하지 못한 자의 고통이 제 몫입니다.
내게 세상은 빙하시대입니다.

허연.

빙하시대라는 단어가 전해주는 차가운 환기.

‘그 산을 다 덮은 덤불’ 등의 표현은 슬픔, 비애, 고통으로 이어지는 서사적 흐름이다

관련 글  소설. 머큐리, 공격. 아멜리 노통브

“시. 슬픈 빙하시대”의 2개의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