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키운 도마뱀이 죽었다. 처음엔 징그럽고 싫었는데 그동안 먹이 주며 정이 들었나보다. 우리집에 와서 두번 허물을 벗었고 살도 꽤나 붙어 잘 자라고 있었는데 시름시름 앓다가도 아니고 굶어서 죽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이없고 허무하고 슬프다. 소식을 들은 예준이는 보고 싶어 했지만 나쁜 기억으로 남을까 보지 말라고 했다.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내고 집에 모인 저녁에 도돌이 집을 들고 아파트 공터로 가서 뭍어주었다. 민준이는 도돌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도마뱀이 아프지 않겠냐면서 물어 오는데 예준인 금새 잊은 듯 하다. 베란다가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