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뜻하지 않게 냉장고를 선물해 주셨다.
사연을 들어보니, 아버지께는 어려서 죽은 형제가 한 분 더 있었는데 그 뒷처리를 아버지께서 다 하셨다고 한다. 옛날에 어려서 죽은 자식은 묘도 쓰지 않던 시절이니까.
그런데 최근에 그 쪽으로 도로가 생기게 되었고 무연고자의 묘로 기록되어 임자를 찾던 중에 바로 아버지께서 만들었던 묘임을 알게 되었다.
묘를 이장하는 혹은 없애는 조건으로 보상금이 나왔는데, 큰 돈은 아니지만 숙부님께서 그 사실을 파악하고 이건 돌아가신 아버님의 몫이라고 어머님께 챙겨주셨다고 한다.
그냥 쓰시지 그랬냐는 내 물음에 어머니는 그게 아버지의 선물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들이랑 딸이랑 오래 쓸 수 있는 뭔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이다.
내년이면 나도 아버님이 돌아가신 그 나이가 된다. 생각이 많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