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도 마음에 드는 책이 보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첫장을 열면 한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읽어 내려갈 것 같은 마음이지만 새로 산 책들도 곧 남은 책 더미에 쌓일 뿐이다.
생명을 태워 남편과 아버지와 아들의 자리를 밝힌다는 생각에 남은 책을 어서 읽어야 할텐데 조바심이 들 때가 있다.
근래에 죽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외할머니, 외삼촌, 숙부, 최인훈, 허수경, 김남주 … 나를 빛내주고 나의 빛이 되었던 사람들은 가고 없지만 그들의 자리는 이미 이 세계에 남아있지 않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그저 견디고 버틸 뿐이다.
사는 일의 허망함을 알아 버린 사람은 가끔 이렇게 쓸쓸하다.
이미지 생성 AI에 이런 기분을 프롬프트로 넣어보았다. 밝진 않지만 차분한 그림이 몇장 나왔다. 마음에 든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