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나의 아저씨 (9/10)

나의 아저씨는 모순적이다.

옛날엔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과 상황이 동시에 엮여 뿌려지면서 묘한 감동을 끌어낸다.

예를 들어, 한편에서는 대기업 임원 승진을 온 동네가 축하하고 있는데, 또 한편에서는 그 임원 승진 때문에 스마트폰을 도청하고 네트웍을 해킹하는 첨단 범죄가 판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어느 시골 마을 입구에 날리는 ‘사법시험 합격’ 등의 플랭카드를 기억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기억일 뿐이다.

후래동(?), 그 이름은 아마 뒤쳐지고 늦어진 사람들과 떨어져 낙오한 어떤 장소들을 상징하겠지만, 후래동의 ‘정희네 술집’은 저녁마다 들르고 싶은 술집이다. 그곳에서는 큰소리칠 일도 머리 아플 일도 가슴 아픈 일도 없다. 드라마 전체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장소다.

마지막 14화를 보고 있자니, 상무가 되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극 중 상무로 승진하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고 극을 마무리하는 장치이긴 하지만 축하받고 축하할 일이 많지 않은 요즘이다.

관련 글  레버넌트 (9/10)

“나의 아저씨 (9/10)”의 4개의 댓글

  1. 최근 들어 나는 그 옛날 연탄집에서 마시던 소주가 그립다. 그 때만 해도 급하게 들이키고 금방 취해버리는 술버릇을 가지고 있었고, 술이 나를 마시는 지 내가 술을 마시는 지 알 수 없던 때였다. 아니 술이 나를 마시던 때였다.
    인생이, 살 날이 산 날보다 적게 남은 이 인생이, 언젠가부터 독주 한잔을 그리워 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