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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애인들은. 허수경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애인이 보낸 편지를 받지 못한 채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렸고,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있는 보석같은 순간들이 모두 별자리가 되어 하늘로 올랐다. 별이 환히 빛나는 밤하늘 아래 어딘가 나는 쓰러졌다. 그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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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순간 장난감. 고형렬

생의 한순간 한순간이 장난감처럼 가볍다.  아니, 그렇게 가볍길길 바라지만 실은 너무 오래 서로의 이름을 부르거나 서로를 묶으려 하거나 망각이 필요해 혼돈 속으로 밀어넣고 싶은 시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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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마을을 지나며.김남주

옛 마을을 지나며.김남주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선생은 꿈꾸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목숨을 바친 그의 한걸음 한걸음 덕분에 꿈 같던 세상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주 선생만한 시인은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 김남주 선생의 깊은 속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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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옛길. 김선우

시인은 의심에 쌓여 대관령 옛 길을 천천히 오른다. 빙하처럼 차가운 오래된 대관령을 정초부터 오르는 까닭은 지난 해 마음을 어지럽힌 어떤 일을 정리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고, 혹은 새해에 세운 큰 결심을 다지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추위를 막기 위해 털어 넣은 독주가 눈물이 되어 툭 털어지는 대관령길. 우린 모두 길 위에 서 있다. ps.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대관령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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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호. 김사인

일찍 늙어 버린 아홉살의 설 풍경. ‘여섯살이어야 하는’ 나는 차표를 끊지 않았기 때문에 온통 불안해서 식은 땀을 흘리고 목과 어깨가 가렵고 오줌도 찔끔 나왔다. 사실 아홉살인 나의 삶이 비참하고 서럽고 억울하지만 인생이 이런 것인 줄 그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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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세상. 황규관

없는 사람은 늘 아프다.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마저도 아프다. 없는 사람의 아픔은 약을 먹어도 침을 맞아도 가시지 않는다. 없는 사람은 아프고 아파서 더이상 아픔이 아프지 않아 웃게 될 때까지 산다. 아픔이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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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아 있는 눈사람. 박형준

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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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박소란

미세 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뿌옇다 못해 검은 빛을 띄는 하늘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폐가 무겁다. ‘이제는 이해한다’는 시인의 마음은 그렇게 눈에 닿는 것만으로도 무거움이 전해져온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체념인가 망각인가? 아니면 소멸인가? 사라짐이 영원과 동의어가 되는 시대, 돌이킬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시대, 태초부터의 착각,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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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박영근

한강에서 강물을 쳐다보는 사람, 그가 스님이어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고 있어도 나는 그에게서 불안과 위태로움을 본다. 나는 한강에 서있지 않지만 내 안에도 그런 불안과 위태로움이 있음을, 그게 나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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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김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