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없앤 지 1년이 넘었고, 대신 음악을 들을 일이 많아졌다.
거실에 오디오를 들여놓고 집 안에 늘 음악이 흐르면 좋겠다는 생각에 Hi-Fi 오디오를 구입하기로 했다.
오디오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가전제품이었고, 거의 한달 넘게 이런 저런 조사와 시스템 구성을 고민했다. 이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경우 도움이 될만한 오디오 구입 시 고려 사항을 정리해 둔다.
- 음악을 듣는 행태
- 기기 구성
- 기기별 예산 배분
- 구매
- 설치
- 도움이 된 링크
중간중간 나오는 용어들은 직접 검색하면, 너무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세세한 설명은 생략.
ㄴ 위키, 관련 카페와 커뮤니티, 지식인, 오디오 쇼핑몰, 상품정보 등
1. 음악을 듣는 행태
오디오를 구입하기 전에 가장 고민했던 것(혹은 고민해야 할 것)은 현재 나는 어떻게 듣고 있나, 앞으로 어떻게 듣고 싶은가 하는 점이다.
- LP vs. CD vs. 라디오 vs. 컴퓨터 vs. 휴대폰 : 주로 사용하는 오디오 매체는 결국 어떤 소스기기를 구입할 것인가의 기준이 된다. LP나 CD를 통해 음악을 듣다가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고품질의 음원 파일 (flac, mp3)을 듣거나 휴대폰으로 멜론, 벅스 등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경우도 많다. LP를 주로 듣는다면 턴테이블을 구입해야 하고, CD는 CD플레이어를, 라디오는 튜너를, 컴퓨터로 MP3를 듣는다면 DAC를(컴퓨터 내에 좋은 사운드 카드를 넣는 방법도 있지만 노트북에서는 힘들고 여러모로 DAC가 대세로 넘어간 듯 하다), 스트리밍이라면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입해야 할 것이다.
- 음질 : 아주 좋은 음질을 원한다면 … 잘 모르겠다. 다만 뭔가 좋은 소리를 내는 기기들은 대부분 매우 비쌌다. 물론 비싼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 거실에서 듣는다 vs. 방에서 듣는다 : 청음 공간이 좁다면 북쉘프스피커라는 작은 스피커가 좋고, 청음 공간이 넓다면 북쉘프도 좋고 톨보이라고 부르는 큰 스피커도 놓을 수 있다.
- 스피커가 필요하다 vs. 헤드셋이 좋다
내 경우, KBS 클래식 FM을 틀어 놓는 일이 많고, 주로 MP3를 다운로드 해서 듣고 있으니 ‘라디오’와 ‘MP3’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첫번째 검토한 안은 노트북 + DAC
마침 집에 안 쓰는 노트북이 있었고, 그 음질을 높여주기 위해서 DAC를 하나 구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소스기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 매번 노트북을 껐다 켰다 하는 번거로움이 걸렸다. 그렇다고 늘상 대기모드로 두자니 전력 소비도 걱정된다. (그래서 알릭스 혹은 라즈베리파이 같은 무소음에 저전력의 전용 컴퓨터?를 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것은 이것대로 매우 흥미로운 분야였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예쁘지 않은 노트북이 항상 열려있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트북 (혹은 데스크탑) + DAC 조합은 방에서 하이파이를 구현하기에는 최적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Foobar라는 놀라운 프로그램도 있고,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방에서 짬짬이 음악을 듣기에는 매우 효율적인 조합이다.
두번째 검토한 안은 네트워크 플레이어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음악만 재생하는 전용 컴퓨터를 뭐하러 비싸게 주고 사느냐는 의견에서부터 알릭스, 라즈베리파이 등으로 직접 구현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만 하다는 의견까지. 사실 맥북처럼 슬립모드가 잘 되어있고 디자인이 좋은 노트북이 있다면 굳이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내 경우 맥북이 없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맘을 굳히게 된 것은 NAS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NAS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집안 어디에서나 음악파일(TV를 본다면 동영상 파일까지!)을 저장해두고 그것을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불러다가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 NAS의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일부 최신의 유무선 공유기는 외장하드를 NAS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니 굳이 NAS가 아니더라도 외장하드 정도로도 충분히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인터넷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클래식 FM을 넘어서 전세계의 인터넷 방송을 들을 수 있으니 ‘라디오’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영국의 Classic FM, 벨기에의 La Classica, 영국의 Linn classic 등)
2. 기기 구성
오디오의 기본 구성은 소스기기 + 앰프 + 스피커 이다.
소스기기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기기이고 턴테이블(LP), CDP (CD), 튜너 (라디오), 카세트 데크(테이프) 등등 고전적인 기기들부터 최신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까지. 물론 이것들은 2개 합쳐진 경우도 있고 하나의 기기에 모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다.
앰프는 소스기기로 부터 받은 신호를 증폭하여 스피커로 전달하며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로 나뉘고, 이 둘의 기능을 한꺼번에 담당하는 인티앰프도 있다.
스피커는 앰프로부터 받은 신호를 소리로 바꿔주는 역할. 흔히 보는 스피커는 전원이 없으며 패시브 스피커, 전원 버튼이 있다면 액티브 스피커. 액티브 스피커는 앰프가 내장되어 있다.
내 경우 소스기기를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정했고, 예산도 적고 편리하게 쓰고 싶으므로 인티앰프, 거실에 놓을 예정이고 인테리어 상 좀더 보기 좋은 듯 하여 톨보이 스피커.
3. 기기별 예산 배분
이또한 특정한 답은 없는 듯 한데, 50(스피커) 30(앰프) 20(소스) 라는 글도 있고, 30(스피커) 22(소스) 17(프리) 20(파워) 라는 글도 있다. 대략 스피커에 가장 큰 돈을 들이는 것은 틀림없는 듯 하다.
내 경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스피커에 50, 앰프와 소스기기에 비슷하게 25 정도씩 들어갔다.
4. 구매
오디오 기기는 예상외로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와싸다닷컴이나 실용오디오 등의 중고 거래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매물이 올라오고 있다. 취향이 다양한 만큼 오디오 기기를 구입해서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방출하는 수요와 공급이 아주 많은 듯 하다. 빈티지 오디오가 아니라면 중고를 구입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었고, 청음이라고 소리를 들어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특히나 스피커의 경우 나중에 중고로 처분할 경우를 감안하여 환금성이 좋은 브랜드로 고르는 것을 권장받았다. 브리츠는 PC용 저가 스피커이고 보스는 영화 감상에 많이 사용되며, 하이파이에는 모니터오디오, kef, 포칼, 엘락, 다인오디오, 달리, jbl, psb, 하베스, 스펜더, pmc, atc, 프로악, b&w, 토템 등이 많이 사용된다고 했다.
일단 지식인이나 카페, 쇼핑몰 상담 등을 통해 현재의 니즈와 상황을 설명하고 제품을 추천 받았다. 그리고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각각의 조합이 잘 어울리는지 의견을 구하면서 점차 제품의 종류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기기를 선정했다. 물론 지금도 이게 최선인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조합의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고 그 많은 조합에 대한 특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램이나 하드디스크, 컴퓨터는 대략 제조사가 정해져 있는 반면, 이쪽은 정말로 많고 다양하다)
앰프와 스피커는 중고가와 신품가의 차이가 거의 없어서 인터넷으로 새 제품을 구매하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마침 원하는 기기가 있어서 중고로 구매했다.
아, 그리고 케이블.
대부분 기기를 사면 딸려오는 케이블은 그냥 버려지는 듯 하다. 소스기기와 앰프를 연결하는 RCA 오디오 케이블을 별도로 구매했고, 카레나 스피커 케이블도 별도로 구매했다. (나중에 배송된 스피커를 보니, 역시나 스피커 케이블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이런 저런 케이블의 가격도 천차 만별!
5. 설치는 어렵지 않았다.
참고 : 오디오 초보를 위한 안내서: 스피커케이블 연결하기
6. 도움이 된 링크
와싸다 : http://www.wassada.com/
실용 오디오 : http://www.enjoyaudio.com/
스테레오 스피커의 배치 및 적합한 토인(toe-in)각 계산
입문·업그레이드를 위한 추천매칭 ② : 매칭으로 풀어가는 오디오 라이프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