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우연히 접한 어느 예술가의 작품.
나는 처음에 이 작품이 크로키인줄 알았는데, 좀더 자세히 보니, 철사로 만든 일종의 조각이었다.
Gavin Worh라는 젊은 작가의 작품인데, 내겐 무엇보다 신선하게 느껴졌다. 과감한 생략이 주는 파격의 아름다움, 평면과 공간의 기묘한 조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함 등등.
about page를 보니 81년생이고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은 뉴멕시코에서 보냈단다. 배우와 뮤지션으로도 활동했고 실제 크기의 티렉스를 만들거나 일러스트도 경험했다. 샌프란에서 8년을 살다가 최근에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데, 뭔가 부럽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겪는 청춘.
움켜쥔 손이라는 작품은 몹시 강렬하고 에로틱하다.
‘애원하는 손’은 절절하다. 간구하고 갈구하고 매달리는 애처로운 손. 내민 손은 자존심도 거짓도 없는 듯 투명하다.
내가 더욱 감명을 받은 것은 아래의 ‘슬픔’ 연작이다.
만남의 슬픔, 헤어짐의 슬픔, 고독의 슬픔.
태어나 죽는 인간의 삶을 세가지로 정리해 놓은 이 연작은, 몹시 슬프다. 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만나고 헤어지고 고독해지는 것. 인생.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슬픔은 기쁨의 반대 개념도 아니고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 슬픔도 아닐테고 한으로 쌓이는 절절함도 아닌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글로 정리하니 슬픈 오후가 되버렸다. 하지만 기분 좋은 슬픔이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