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작품은 서수진의 ‘골드러시’였습니다. 망가진 관계를 텅 비어버린 금광에 비유하는 것이 식상한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식상함을 단단한 문장으로 정면 돌파하며 용맹정진하는 작가의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호주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 관한 르포처럼 상세한 묘사들도 저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작품은 역시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실험을 넘어서는 과감하고 광기서린 파격이 독자를 어떻게 어디까지 놀라게 만드는지 경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도 귓가에 鷄鷄鷄鷄鷄鷄鷄鷄鷄 하는 닭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는 (심사위원들의 펼과는 달리) 마무리가 조금 미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끌까지 리얼리티를 살려 어머니나 딸의 마음이 변화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또한 다양성의 면에서는 신선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간만에 좋은 단편 소설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