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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만 타이중

  • yoda 
지난 1년 아내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실습을 다니느라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틀간 학원이 방학을 맞이한 사이 지난 기억이 좋았던 대만을 다시 가기로 했다. 타이중에 대한 특별한 정보도 관심도 없었지만 다시 대만에 간다면 타이중과 가오슝을 가봐야겠다는 생각했었다.

다른 여행과 달리 아이들은 함께하지 않았고 또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출발한 여행이었다. 숙소와 비행기를 예약한 이후 타이중에 대해서 알아 본 것은 날씨 정도가 전부. 아무런 정보 없는 해외 여행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스스로 조금 놀랍다. 예전의 나는 책 한권을 요약하는 수준에서 시간 단위의 일정을 짰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남들이 가는 곳과 남들이 먹는 음식, 남들이 좋아하는 곳은 신경쓰고 싶지 않다. 내 관심이 가서 내가 발견하는 것, 물론 그것이 최선일 확률은 높지 않지만, 인생은 최선도 최악도 없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2024년 12월 11일 (수)

  1. 인천 국제 공항, 타이중 국제공항
    • 오후 12시 인천 공항에 도착, 오후 4시 45분 타이중 국제공항에 도착
    • 타이중은 도시의 크기나 인구로 비교할 때 한국의 대구와 비슷한 도시다.
    • 시내에서는 관광지를 제외하면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2. 인하우스호텔 타이중 http://4sq.com/1mFWoTE
    • 오후 6시
    • 3일을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4성급 호텔, 열대의 과일과 커피가 있던 조식도 좋았다. 호텔 조식은 잘 구운 식빵에 정성스레 버터와 잼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바삭거리는 빵을 천천히 씹으며 커피를 마시고 비치된 잡지나 신문을 뒤적이면 이국의 낯선 기분을 한껏 즐길 수있다.
    • 호텔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충효 야시장이 있다. 간단한 저녁, 편의점, 티와 간식을 위해 하루에 한두번씩을 들렀다.
    • 12월 대만의 날씨는 한국의 가을 정도. 긴팔에 후드티 하나 정도를 걸치는 게 좋고 조금 춥다며 얇은 패딩을 덧입으면 된다.
  3. 충효 야시장 http://4sq.com/aIgDn0
    • 오후 7시
    • 아내는 이런 곳을 좋아한다. 그런 취향은 나도 비슷하다. 인생은 결국 경험의 축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낯설고 어색하는 것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게된다.
    • 대만의 야시장은 시장이라기보다 식당에 가깝다. 식당 역시 제대로 된 상점이라기보다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 같은 느낌이다.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샤브샤브처럼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면 국수나 볶음밥 등을 만들어준다. 재료들은 한국에서는 흔치 않고 또 광동어로 적혀있어서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피자나 스테이크 같은 익숙한 가게도 있다.
    • 대만은 커피 대신 차. 우롱차, 홍차, 버블티를 비롯 굉장히 다양한 차가 있고 이후 우리는 외출할 때마다 벤티 사이즈 크기의 티를 사서 들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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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2일 (목)

  1. 국립 대만 미술관 http://4sq.com/bqjInZ
    • 오전 9시 40분
    • 대만도 공유 자전거가 잘 돼있다. ubike라는 대표 서비스가 있고 현지 전화가 없어도 신용카드로 결제해서 이용할 수 있다. 잘 몰랐지만 아내는 전기 자전거를, 나는 일반 자전거를 빌려 탔고 30여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 따뜻한 동남아시아 국가가 대부분 그렇듯 대만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차선의 맨 우측은 2륜차 전용 차선. 그 차선에서 자전거를 탔는데 우리 말고는 모두 스쿠터였다.
    • 대만 미술관 주위로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있고 근처에는 가볼만한 카페와 음식점도 많았다.
    • 최근의 현대 미술은 음성과 영상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외를 주제로 한 아시아 예술가들의 공통 전시가 재미있었고 1층에 꽤 오래 전의 서울을 묘사한 걸개 그림이 있었는데 마치 지금의 탄핵 정국을 그린 것 같아 좀 신기했었다,
  2. 심계신촌 https://maps.app.goo.gl/i8DJQYUzZzYvE6fW6
    • 이곳은 인사동이나 가로수길 같은 거리를 기대하고 갔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오픈하지 않은 가게들이 많았다. 돌아다닐 곳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차를 한잔 할까 했는데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천천히 춘수당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 토스테리아 https://4sq.com/3sIaPMh 차를 한잔 하러 들렀는데, 피자나 파스타 같은 음식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3. 춘수당 인문다관 http://4sq.com/1awFGuz
    • 오후 12시
    • 춘수당은 밀크티로 유명한 곳인줄 알았는데 우육탕이나 덮밥 등의 식사류도 꽤 괜찮았다.
    • 카운터에서 미리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으면 음식을 가져다 주는 시스템.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모두들 식사와 함께 커다란 버블티를 함께 즐기고 있었다.
  4. 타이중 국가 가극원 http://4sq.com/XbuVvj
    • 오후 2시 20분
    • 아, 여기는 오길 잘했다 싶은 곳이었다. 일단 건물이 매우 아름답다. 이토 도요라는 일본인 건축가의 디자인이라는데 도자기를 형상화한 타원형 건축이 눈에 띈다. 해설을 읽어보니 건물을 직각이 아닌 타원형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한다.
    • 건물 내부도 타원형인데 이것은 가극의 소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안에 있는 기념품 샵에도 마음에 드는 상품이 많았는데 미술관 기념품은 늘 비싸서 눈에만 남겨두게 된다.
    • 공연이 있었다면 관람해보고 싶을만큼 마음에 드는 극장이었다.
  5. 타이거시티 http://4sq.com/9AyWu1
    • 오후 4시 30분
    • 타이거시티는 쇼핑몰. 아내도 나도 쇼핑을 즐기지는 않지만 펑지아 야시장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사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져 충전을 위해 스타벅스에 갔었는데, 110v 전원 코드를 가져오지 않아 충전기를 쓸 수가 없었다. 혹시 타이거 시티에는? 이런 생각을 하며 들렀다.
  6. 펑지아 야시장 http://4sq.com/d8pBTs
    • 오후 5시
    • 충효야시장보다 훨씬 크고 볼거리도 많았다. 오가는 사람들도 많고 야시장 한쪽에는 음식점들이 다른 한쪽에는 여러 가게들이 있는 구조였다. 펑지아 대학까지 이어지고 펑지아 대학 이후로도 꽤 많은 상점이 있었다.
    •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들이 많았는데 고구마 빵, 관자구이, 오뎅꼬치 등을 먹으니 우리는 이미 배가 찼다.
    • 야시장 끝에는 펑지아 대학이 있었는데 주변 상권은 야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느긋하게 둘러보다가 택시를 타고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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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3일 (금)

  1. 동해대학 http://4sq.com/GTXTrx
    • 어전 11시
    • 뜬금없이 대학을 오게 됐는데 이게 또 좋은 선택이었다. 동해대학 내의 루체 성당을 보기 위해서 왔지만 캠퍼스를 둘러보는 것으로도 무척 재미있었다. 동해대학은 대만에서 가장 넓은 대학교이고 두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넓은 서울대학교가 47헥타르인데 동해대학교는 100헥타르이니 얼마나 넓은지.
    • 동해대학교 정류장을 놓쳐서 한정거장 뒤에서 내렸지만 이또한 재밌게도 꼬불꼬불 뒷길을 걸어 쪽문으로 대학에 진입하게 됐다. 정류장에서 내려 일단 티를 하나 사들고 걷다가 고소한 냄새에 홀려 샤인무드 와플이라는 와플 전문점에 들렀다.
    • 대학으로 들어가 학생회관, 연구관을 거쳐 공학관 등에서 수업하는 학생을 지켜보기도 했다. 할수만 있다면 강의를 한시간 듣고 싶었다. 루체 대성당은 성당 같지 않게 빛나고 있었고 학교는 유바이크 베이스도 여럿 있고 수영장/헬스장/체육관/배구장/농구장/테니스장/대운동장 등등 체육 시설도 매우 다양했다. 학내 식당과 편의점도 구경하고 각 단과 대학의 개성적인 디자인과 학생들의 행사 포스터를 구경하는 것으로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2. 지난 커리 https://maps.app.goo.gl/tEQiF6ebvaLxeNdS9
    • 오후 12시 20분
    • 심원춘 http://4sq.com/ef7IKl 을 가려고 했으나 이미 오늘은 저녁까지 예약 마감. 본토의 딤섬을 맛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다른 식당을 찾아야 했다.
    • 간판이 이뻐 보여서 들어갔는데 맛있는 카레를 먹었다. 약간 일본식 카레 느낌.
  3. 타이중 공원 http://4sq.com/ef7IKl
    • 오후 2시
    • 여기는 타이중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쉬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이곳에는 노숙자들을 꽤 여럿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의 차림은 한국과 비슷했다. 어느 곳이나 비슷하겠지만 현재 자본주의의 생산력과 사람들의 복지는 정비례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 바로 순수자본주의의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
  4. 궁원안과 아이스크림 http://4sq.com/18pMFBN
    • 오후 2시 30분
    • 아주 유명한 디저트 맛집. 베스킨라빈스와 비슷하게 여러 종류의 아이스크림 중에 몇개를 골라 먹는 방식이었다. 작은 콘 하나씩을 골라 먹고 초컬릿과 펑리수가 있는 베이커리를 둘러봤다. 예전같으면 풀버전 (3스쿱과 와플컵에 장식까지)을 골랐겠지만 그런 경험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5. 금각 양생관 https://4sq.com/3vYxmrM
    • 오후 4시 30분
    • 궁원안과와 타이중 공원 모두 타이중역 근처에 있는데, 아내가 열심히 찾은 역 뒤편의 마사지샵에 갔다. 60분간의 발마사지를 받았는데 잠시 편히 잠들었었다.
  6. Taichung Cultural & Creative Industrial Park http://4sq.com/bYEeFp
    • 오후 5시
    •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저녁까지 시간을 보낼 곳을 찾다가 구글맵에서 발견한 “타이중 문화창의산업원구”에 들렀다. 이곳은 오래전의 양조장을 개조하여 공동작업실이나 문화강좌, 전시실 등으로 활용하는 시설이었다. 일본은 오래된 건물을 끊임없이 개보수해서 사용하고 대만은 이렇게 현대식으로 개조하는 것 같다. 반면 한국은 헐고 새로 짓는 경우가 많아서 오래된 도시일 수록 개성 없이 비슷해지는 면이 있다.
  7. 鼎園麵食館 http://4sq.com/2938xvQ
    • 저녁 6시
    • 구글맵을 뒤적뒤적 고른 중국집. 메뉴판의 사진을 보고 3개의 메뉴를 시켰는데 대성공. 맛있게 먹었을 뿐만 아니라 한번 더 올 의향도 있을만큼 만족스러웠다.
    • 귀가 길에 역시 충효 야시장에 들러 티를 사고 호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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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4일 (토)

  1. 보각사 http://4sq.com/99SONb
    • 귀국하는 날이다. 체크아웃하고 오전 시간이 비어 들른 절. 26미터의 대형 불상이 있다고 했는데 부처가 아니라 포대화상이었다.
    • 포대화상은 미륵보살의 화신이라 하며 몸집이 뚱뚱하며, 이마는 찡그리고, 배는 늘어져 이상한 모양을 하였으며, 말이 일정치 않고, 아무데서나 눕고 자고 하였다. 언제나 지팡이에 자루를 걸어 메고, 소용되는 물건은 모두 그 속에 넣어 가지고 거리로 다니면서 무엇이든 보기만 하면 달라고 하여, 먹을 것을 주면 받아 먹으면서 조금씩 나누어 자루 속에 넣곤 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별호를 지어 장정자(長汀子) 또는 포대화상(布袋和尙)이라고 불렀다. 
    • 이 포대화상의 아무 걱정없는 미소와 무엇하나 개의치 않고 풀썩 주저앉은 자유분방한 모습이 해탈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진 것에 미련을 두고 걱정하고 근심하고 인연에 아파하는 중생들로서는 가질 수 없는 자태.
    • 삶이 죽음의 뒷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조금 더 살고 싶고 조금 더 가지고 싶은 마음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 삶은 별 게 아니다.
  2. 육예문화관 http://4sq.com/1jx7rpe
    • 여섯가지 예술 – 다도 禮, 전통 악기 樂, 궁도 射, 검도 御, 서법 書, 바둑 數-에 대한 배우고 수련하는 곳이다. 일제 치하 형무소의 연무장을 개조한 곳인데 마침 대만만화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가방을 맡겨두고 이런저런 대만 만화책을 감상했다.
  3. Verdure https://4sq.com/35l5r3w
    • 국립대만 미술관 근처의 채식 전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계란과 유제품까지 사용하지 않는 식당이었는데 메뉴를 3개나 시켜서 배가 부르도록 먹고도 음식이 많이 남았다. 맛있는 비건 식당이었다.
  4. 타이중 국제공항
    • 오후 3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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