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8일 어버이날 저녁 언제쯤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많이 컸구나,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그런 생각이 들었고 뭐라도 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오랜만에 편지 올립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하루하루 나름 즐겁게 살악고 있습니다. 행복하냐면, 그렇다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혹시 지금 아버지께서는 행복하게 살고 계신가요?
통 웃는 얼굴을 못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진로와 꿈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진로는 몰라도 꿈은 늘 ‘남들만큼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저 자신도 최소한의 목표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잡아놓고 있는데, 아버지께서는 행복한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나와 가족을 위해 그 지치고 성하지 못한 몸을 이끌고 희생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저는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저의 최소한의 목표도 이루지 못하고 계신다면 너무나도 비참한것 아닌가.
아버지께서 미래도 행복하고 현재에도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특히 미래보다 현재를 소중이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미래에 살아 계실지 아닐지 모르니까요. 조금 더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아버지께서는 아직까지 비를 맞고 계신가요. 그 비를 맞으면서도 같이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또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예준 올림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
정말 멋진 편지입니다.
최고의 아들을 두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