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8일 수술을 받고 6개월에 한번씩 추적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만으로 2년하고 한달이 지났고, 4번째의 정기 검사 결과는 다행히도 깨끗하게 나왔습니다.
암 환자들로 가득찬 암센터에 들어 가는 것으로도 마음이 무겁고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차분해지는 것도 같고 우울해지는 것도 같고 다시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도 같았습니다.
바코드를 읽혀서 도착을 체크하고 신장과 체중, 혈압을 측정하는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체중이 조금 늘었습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인듯 하여 조금 안도가 됩니다. 혈압은 지난 주의 검사 때 수축기 혈압보다는 높았지만 여전히 100이 넘지 않아 우려가 됩니다.
암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두가지 부류입니다. 하나는 누가 봐도 암환자입니다. 혈색이 어둡거나 머리가 빠지는 외모의 변화와 상관 없이 그들의 표정에는 무거움과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호자입니다 대개 그들은 환자에 집중하고 있고 자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걱정하는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이름이 불리우고 마침내 주치의 앞에 앉습니다. 모니터에 띄운 검사 결과를 살펴보며 마우스 휠을 굴립니다. 크고 작은 숫자와 알파벳이 뒤섞인 차트의 일부분은 이제 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마팀 B-12 수치 같은 것들입니다.
그 찰나의 순간, ‘결과가 나쁘면 어떻게 하지?’ 마음에 검은 어둠이 가득찹니다.
“잘 지내시죠? 혈액 검사 지표는 다 괜찮습니다. 비타민 수치도 괜찮고. 엑스레이 결과와 CT도 모두 깨끗하네요. 내시경 결과도 괜찮아요. 비타민 약은 다시 6개월치를 처방할테니 지금처럼 유지하시면 되겠어요. 환자 분 아직 젊으시니 괜찮을 겁니다”
비로소 마음을 채운 어둠이 사라지고 ‘다행이다, 6개월은 안심하겠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6개월씩 리셋되는 인생의 장점은, 중요한 것을 잊지 않게 되는 자극을 받게된다는 것입니다. 새롭게 받은 6개월, 잘 쓰겠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