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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가끔즐거울때가있는

  • yoda 

지도앱으로 확인해보니 집에서 오산장례문화원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나왔고 가는 길 역시 모두 녹색으로 정체는 없는 것 같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운전석에 앉았다. 지하인데도 열기가 드셌다. 시동을 걸고 휴대폰의 네비게이션 어플을 구동하며 오래된 엔진의 잡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차도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천천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악셀을 밟아 지상으로 나왔다. 후끈하다. 이렇게 더운 여름이 또 있었나. 저녁 7시가 지났는데도 공기와 대지는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창을 닫고 에어컨을 켠다.

운전을 즐기지는 않지만 이렇게 지방 소도시로 가는 길은 약간 감상적인 흥이 생긴다. 물론 서울로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즐겁고 편안하고 재미있다. 흔치 않지만 이런 운전에는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길이 막히지 않을 것
  2. 도로는 4차선을 넘기지 않을 것
  3. 풍경은 정돈되지 않을 것. 무슨 뜻인가 하면 도심 어디처럼 줄을 이은 빌딩이라던가 잘 정돈된 가로수나 간판들이 채운 풍경은 상상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낯설고 부조화스러운 풍경들은 이곳이 마치 미국의 소도시나 일본의 외곽 쯤 혹은 가보지 않은 쿠바나 이탈리아의 어떤 도시를 지나는 양 적극적인 착각을 만들어 낸다.
  4. 아무래도 석양 즈음이다. 아침이나 점심의 운전은 여행보다는 출장의 느낌이니까.
  5. 음악도 중요하다. 이건 라디오가 가장 낫다. 들어본 적 없지만 아는 음악 같은 느낌이 제격이다. 그것이 심지어 과거의 어느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면 더 좋다.

조문 가는 길 위에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줄지은 자동차들이 나이를 먹는 사람들처럼 보이고 신호를 어기고 과속을 해도 종착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

오늘 조문은 부친상이었다. 그 분은 어떻게 돌아가셨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노환일까, 사고일까, 오랜 지병일까 생각해보고 어떤 삶을 살았는 지도 그려본다. 오랜 시간 공직이든 회사원이든 자영업이든 농사든 혹은 사업이든, 식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가장이자 아버지로서의 모습, 거기에 슬그머니 내 삶을 얹어 비춰보기도 한다.

즐거울 게 없는 줄 알았던 운전에도 이렇게 마음 먹으면 재미있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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