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만에 찾은 가장 이상적인 비율, 그리고 막걸리
가장 오랫동안 자주 해먹은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단연 김치비빔국수를 고르겠다. 그만큼 좋아하기도 하고 딱히 재료가 없어도 소면과 김치만 있으면 되니까 간편하다.
재료가 중요하지 않다면 반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양념장이다. 고추장, 고춧가루 중 어느 것을 베이스로 하느냐, 또 어떤 비율로 무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조금씩 달라지는데 가장 이상적인 맛은 (내 입맛을 기준으로..) 너무 맵지도, 달지도, 시지도 않은 중간 어디에 위치한 맛이다.
고추장만 너무 많이 들어가면 질감이 되직하고 그렇다 보니 식초나 물을 추가하게 되면 결국에는 묽어져서 소면과 만나면 왠지 떡지는 느낌이 되버린다. 그렇다고 고춧가루만 넣으면 (집에서 사용하는 고춧가루는 매운편) 맵고 입자가 곱지가 않고 왠지 텁텁한 맛이 난다. 간을 맞추는 것도 간장을 넣다보니 뭔가 비빔국수 라기 보다는 간장 비빔국수에 고춧가루를 넣은 맛이랄까. 그렇게 되어버린다. 초고추장은 비빔국수가 아니다. 그냥 초고추장에 비벼놓은 소면이다.
그래서 십수년을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넣고 빼고를 반복하며 찾은 가장 이상적인 조합.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1:1로 넣고 간장은 넣지 않고, 식초는 동일한 비율로 넣고, 올리고당과 설탕을 넣는다.
그리고 “생 막걸리” 한스푼을 넣는 것이다.
보통 양념장에 사이다나 배주스를 넣기도 하지만 나는 막걸리를 넣었을 때 가장 깔끔했다. (칠성사이다는 미묘하게 계피나 레몬향이 나고, 배주스는 뭔가 그닥..?) 그리고 물 대신 약간의 탄산으로 청량감도 있고 막걸리 특유의 자연스러운 단맛도 있으며 발효주이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여러가지 재료들이 잘 숙성되어진다.!
할머니가 막걸리 식초를 쓰시는데 그게 또 맛이 기가막혀서 막걸리 식초 대신에 혹시 막걸리를 넣으면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어 넣어보았는데, 의외의 발견이였다. 덕분에 작년에 담궈둔 쌀막걸리를 고이 잘 모셔두고 양념장 만들 때 마다 한스푼씩 넣고 있다. 막걸리 한병 사서 한스푼은 비빔국수 양념장에 넣고, 나머지는 마시면 된다. 비빔국수 만큼 막걸리에 잘 어울리는 안주도 없으니까!!!
최근 몇년은 이 비빔국수 양념장 조합으로 쭉 유지중이다. 많이 만들어 두면 쫄면도 해먹고, 초고추장 대신 써서 미역 초무침도 해먹고 여기저기 양념장으로 쓰기 좋다.
재료 (1인분)
*계량기준 1T = 10g, 1t = 5g
– 소면 1인분
– 김치 1~2장
– 채소 먹고 싶은 것들
– 참기름, 참깨
[비빔국수 양념장]
– 고추장 1.5T
– 고춧가루 1.5T
– 식초 1.5T
– 올리고당 1.5T
– 설탕 1T
– 막걸리 1.5T
1.5T는 밥 숟가락을 기준으로 듬뿍 펐을 때 15ml정도 된다.
단맛은 설탕으로 조절한다. 단 것을 싫어하면 설탕을 줄이고 쫄면처럼 매콤 달달한 소스를 원하면 설탕을 1.5T까지 늘린다. 나는 한스푼이 조금 안되게 넣었다.
위의 양념장은 그대로 먹기에는 약간 싱겁다. 그래서 김치를 넣은 비빔국수가 아니라면 소금을 조금 넣어 간을 맞춰줘야 한다.
레시피
1 면부터 삶는다. 나는 중면을 사용했다. 중면을 삶는 시간은 5분 30초 정도 끓이는 것이 딱 적당하다. 찬물에 헹구기 때문에 소면이나 중면은 약간 퍼진듯한 시간까지 익혀주는게 헹궜을 때도 딱딱해지지 않는다.
의외로 매운 양념이 들어가는 비빔국수에는 중면이 잘어울린다!
끓어오를 때 찬물을 반컵 씩 세번정도 넣어주면 훨씬 면발이 쫄깃해진다.
삶아진 면은 최대한 여러번 헹구면 헹굴 수록 퍼지지 않는다. 여러번 헹구는 고된 작업이 아깝지 않다. 그리고 남은 소면은 용기에 넣어서 남은 양념장이랑 또 비벼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삶아도 다 먹어버려서 문제)
2 김치 비빔국수 양념장 만들기! 고추장1.5, 고춧가루1.5, 설탕1, 식초1.5, 올리고당 1.5, 그리고 막걸리 1.5를 모두 넣고 잘 섞어준다.
1년 전에 만든 쌀 막걸리…ㅎㅎ 오래되어서 한번 열 때 마다 탄산이 엄청나다. 샴페인 저리가라임…
설탕이 녹을 때 까지 잘 섞어준다.
동일 비율로 2~3배 만들어 두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다른 요리에 쓰기도 편하다.
3 김치는 물에 한번 헹궈서 최대한 잘게 잘라준다. 가위로 잘랐음
4 김치 비빔국수에 넣을 채소들도 썰어준다. 쑥갓, 로메인, 당근을 썰어서 준비했다.
어글리어스 채소박스 삼총사
5 넓은 볼에 소면, 양념장, 김치를 넣고 잘 섞어준다.
참깨는 빻아서 넣어야 훨씬 고소하다!
양념장은 한번에 다 넣지 말고 간을 보면서 추가한다.
남은 양념장과 김치도 살짝 올리고 참깨도 뿌리고 참기름도 한바퀴 둘러주면 비빔국수 완성! 채소도 곁들여 준다.
김치 비빔국수… !
미국에 있는 동안 유일하게 가장 먹고 싶었던 한국음식이자 내 요리.ㅎㅎ
시차 적응 하고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처음으로 해먹은 요리다.
풀무원 표고 만두도 삶았다. 비빔국수에는 삶은 만두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매콤한 김치 비빔국수와 담백한 표고만두..
막걸리만 있으면 완벽한데!
막걸리 양념장에 쓰신 분들은 남은 막걸리까지 꼭 함께 드시길. 저의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