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위태롭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삶의 이면은 살얼음처럼 아슬아슬하다. 아주 작은 진동에도 깨질 수있고 한번 깨지면 되돌릴 수 없다.
그 균열은 삶을 송두리째 빨아 들여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얼어 붙은 호수 한 가운데서 꼴깍거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어린아이처럼 무기력하다. 물론, 그 어린 아이를 지켜보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한강이라는 작가가 제법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지만, 나는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런 평에 이미 여러 번 속았고 한강이 아니더라도 읽어야 할 책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올 여름 나는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푹 빠져들었다. 근래에 읽은 글들 중에서 가장 유려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책장에 임꺽정을 꽂았는데 그 옆에 띠지도 벗겨지지 않은 ‘채식 주의자’가 있었다.
삶의 위태로움을 이렇게 잘 전달한 작품이 또 있었나 싶다.
일상을 지키는 사람도, 일상을 벗어나는 사람도 모두 위험하고 불안하다.
그들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당신도 물론 그들 중 하나이다. 우리의 삶은 쉴새 없이 대재앙을 경고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둔감해서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절망한다.
참고. 비디오 세대를 위한 글 쓰기는 이런 것일까? 날카롭지만 몽환적인 묘사들은 그 오래전 빠져들었던 실존주의 고전 영화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