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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녕사 사찰 김치 만들기 체험

  • yoda 

수원 봉녕사에서 매해 가을 ‘사찰음식 대향연’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찰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만들어보고 전시하는 행사였고 올해로 15회이니 꽤 오래된 행사입니다.

봉녕사는 대표적인 비구니 수행 도량으로 봉녕승가대학,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이 있고 템플스테이도 있고 사찰음식교육관도 있는 큰 절입니다. 도심 속에 있지만 절 주위는 아늑한 숲으로 가득차 산책하기 매우 좋을 뿐더러 봉녕사 안에서는 도시의 소음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안에는 제법 큰 카페도 있습니다.

연잎차와 약식을 시작으로 전통 탁발 순례 재현 행사를 지켜봤습니다. 스님들의 빈 발우에 신도들은 돈이며 음식이며 이것 저것 공양을 했습니다.

사찰 김치 만들기 체험은 금바라 교육관에서 진행됐습니다.

레시피는 재료만 들어갈 뿐,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배추의 크기에 따라, 재료의 상태에 따라 분량이 달라지니, 이 점이 일반적인 요링 강의와는 달랐습니다.


배추김치 담그기
① 배추는 절여 씻은 후 물기 뺀다.
②찹쌀풀을 쓴다.
③감자, 늙은호박은 껍질 벗기고 삶아 으깬다.
④무는 채 썬다.
⑤갓은 잘게 썬다.
⑥연근은 편 썬다.
⑦고춧가루, 소금, 간장, 생강즙, 매실청, 찹쌀풀, 삶은 감자, 늙은호박을 섞는다.
⑧⑦에 무채, 갓을 넣고 버무린다.(양념)
⑧배추에 양념을 바르고 연근을 배춧잎 사이에 넣는다.
⑩통에 담고 실온에서 반나절 익힌 후 냉장 보관한다.


양념장을 만든 재료도 일반 김치와는 좀 달랐고 몇가지 팁을 알려주셨습니다.

  • 여름 배추는 비가 오면 녹고 벌레가 들면 속이 비기 때문에 여름에는 절인 배추를 사는 것이 훨씬 좋다.
  • 구운 소금: 천일염은 간수를 얼마나 빼느냐에 따라 같은 양을 써도 염도가 달라져서 구운 소금을 쓰는게 좋다.
  • 소금물에 적당히 절여 졌으면 구운 소금을 2번 혹은 3번 쳐준다 (그야말로 감각이다)
  • 배추를 절일 때는 바깥쪽이 아래로 향하도록, 물을 뺄 때는 안쪽이 아래로 향하도록 하면 좀더 잘 절여진다.
  • 태양초 고추가루
  • 3년 이상된 전통간장 = 국간장 (조선 간장이라는 말은 스스로를 낮추는 표현이니 사용하지 말라십니다. 우리 간장은 삼국시대부터 먹었다네요)
  • 3년 이상된 매실청
  • 무는 얇게 (채칼로 썬 것보다 얇게), 갓도 잘게. 왜냐하면 배추 속에 들어간 양념에서 무와 갓이 두꺼울 경우 배추 잎 사이가 들뜨게 되고 공기와 많이 접촉하게 되면서 쉽게 물러지기 때문이다.
  • 생각즙은 햇생강을 써야 여린 맛이 덜하다 했고, 강판에 갈아 면포에 짜 즙을 내는 방식으로. 오래된 생각은 더 매워지니 양을 줄일 것. 믹서에 물을 넣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맛이 희석된다.
  • 연근은 얇게 썰어 물에 담궈 전분기를 뺀다. 연근은 양념에 섞지 않고 배추 속을 넣을 때에 1/4포기에 2-3개 정도씩 넣는다. 연근은 배추가 물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익어도 아삭한 식감을 유지해준다.
  • 사찰 김치의 양념은 매우 묽다. 대량으로 담글 경우는 뿌려주는 느낌으로 쓸 수 있을 정도. 이 경우 채수를 가미하기도 하는데 무와 다시마, 건표고, 그리고 짜투리 야채(우거지, 생강, 갓 등)을 끓여 만든다.
  • 양념을 바를 때는 뿌리에서 잎 쪽으로.
  • 바로 먹으려면 통깨를 뿌리고 참기름을 살짝 얹어서, 아니라면 반나절 익힌 후 냉장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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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강의를 듣는 동안 내내 오관계가 신경 쓰였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네 덕행으로 받기가 참으로 부끄럽네.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스님은 먹는 것이 품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습니다. 풀을 먹는 코끼리의 부드러움과 고기를 먹는 사자의 속도가 그런 것처럼.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매끼 음식을 먹으면서 “내 덕행으로 받아도 되는 음식인지 고민하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삶은 지금보다 훨씬 무르고 넓고 넉넉해지겠다 싶었습니다.

위 절제 이후 “먹고 사는 일이 힘든” 것이 문장 그대로의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제게는 조금 위안이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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