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 세번째의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살아 있어 고맙습니다, 라고 쓰려다가 잠시 멈췄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정말로 제게 위안이 되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해 매우 자주 생각할 수 있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마음이 상하거나 화가 날 때, 우울하거나 힘들 때 예전보다는 쉽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됐습니다. 툭툭 털어 버릴 수 있고 혹은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어가는 부드러움.
바람이 불 때, 햇볕이 빛날 때, 요즘처럼 다채로운 낙엽이 떨어질 때, 하늘이 깊이 푸를 때, 아이들이 웃을 때, 자전거를 타고 맞바람을 맞을 때, 요리를 하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때, 살아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엊그제 재미있는 트윗을 봤습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는 생애 처음 맛 보는 수박처럼 더 재미있는 무엇을 더 많이 겪어보는 것일 거에요.
내년 이맘 때에는 새로 맛 본 과일과 여행과 책과 운동으로, 다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좀 더 살아보고 싶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