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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지 않은데 청소해야 할까요? #봉녕사 #수곽청소 #봉사

  • yoda 

봉녕사 불교대학 기본반 수료를 마쳤습니다만, 9월 44기가 시작될 때까지는 매주 돌아가며 수곽 청소를 해야 합니다.

지난 번에 참석하지 못한 수곽청소를 이번 주에는 아내와 같이 다녀왔습니다.

수곽은 절에 있는 물 마시는 곳인데 절에 간 적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렀을 것입니다.

더럽지 않은데 청소해야 할까요? #봉녕사 #수곽청소 #봉사

봉녕사에는 모두 6개의 수곽이 있는데 크게 두조로 나뉘어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수곽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먼지 등을 치웁니다. 수전을 잠가 물을 멈추고 바가지로 고인 물을 모두 퍼냈습니다. 베이킹 소다를 뿌리고 솔로 이끼와 먼지를 제거했습니다. 그 후 식초를 뿌리고 다시 솔질을 합니다. 맑은 물로 헹구고 다시 수곽의 물을 비운 후 스펀지로 남은 물기도 제거합니다.

별 일 아니지만 안 쓰던 근육을 움직이려니 힘이 듭니다. 게다가 날씨도 뜨거워지기 시작해 땀이 나기 시작힙니다. 몇 년 혹은 몇 십년이 됐을 지도 모를 오래된 돌은 매주 닦아내도 이끼가 낍니다. 플라스틱 솔로 녹색 이끼를 닦아내며 내 마음에 쌓였을 지도로 모를 때도 지워지길 바랍니다.

그러던 중에 교수스님(능윤스님)께서 찬 음료수를 들고 우리를 격려해주셨습니다. 날이 뜨겁다, 땀이 난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스님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먼지 없는 수곽을 청소해야 할까요?”

별 의미 없이 던진 질문이셨을 수도 있는데, 저는 순간 묵직한 의미를 느꼈고 “보이지 않아도 더러울 수 있으니 늘 닦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스님은 웃으면서 다시 말씀하혔습니다.

“얘들도 이렇게 뜨거우면 한번씩 적셔주길 바랄테니”

뭔가 선문답을 주고 받은 것 같아서 마음 속으로는 대견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모두가 수곽 청소를 마치고 ‘금라’에 모여 앉아 음료를 한잔씩 하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별 이야기 아니지만 이해 관계와 의도가 없는 이야기는 사람을 편하게 만듭니다.

111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점심 공양에 참가했습니다. 잡곡밥과 씨레기 나물 무침, 미나리 부침, 비빔국수, 쌈장과 쌈야채, 가지 볶음, 파인애플과 멜론. 그리고 버섯 된장국. 신도들에게는 콩으로 만든 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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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맛있는 공양이라니”

그 어떤 음식 하나도 간이 안 맞거나 먹기 거북한 것이 없었습니다. ‘묵언’ 표지 아래서 모두들 조용히 식재료와 음식의 맛을 음미했고, 저는 공양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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