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아니 틀림 없이 나는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에도 뭔가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 첫번째는 창작에 대한 욕망. 시나리오, 소설, 시, 희곡 같은 것들을 언젠가는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써내고 ‘책을 냈어’라고 말하고 싶어한 지 30년이 넘는다.
- 실제로 나는 잘 써내기 위해 꽤 많은 시간 동안 다양한 노력을 했다. 매일 쓰기, 공부하기, 읽기, 강의 듣기, 토론하기, 실습하기 등등. 그리고 실제로 몇개의 글을 완성하기도 했다.
- 다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안 됐을 뿐이다.
- 두번째는 기록에 대한 의미.
- 스물 셋에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 그 시대 대부분의 아버지와 아들이 그렇듯 서로에게 깊이 신경쓰지 못했다. 혹은 표현하지 못했다.
- 아버지에 대해 타인들과 이야기할 때에, 종종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성인이 되고나서 아버지와 마주 앉아 술 한자 하지 못했는데, 그게 제일 아쉽다.”
- 소주를 한 두병 비우며 마주 앉아 있었다면 뭔가 마음의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았을까? 혹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진한 감정이 서로에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 그 아쉬움을 우리 아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 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 내가 없더라도, 마주 앉아 술잔을 나누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들은 이 블로그를 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 아버지는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그 사람은 이런 영화를 좋아했고 이런 음악을 좋아했고 이런 만화를 좋아했구나. 이런 시인, 이런 술, 이런 생각, 그러다 어딘가에는 아이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과 조언도 있겠지.
- 지난 6월 정기 검진 이후 한달 동안 남기지 못한 일상을 기록한다.
- 바쁘기도 했지만 가끔 여유가 생겨도 쉬거나 게임을 하거나 숏츠를 보며 누워있었다.
- 7월 4일과 5일은 노동조합 워크숍이 있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들이기도 하고.
- 벌스데이 사장님께 받은 환대에 감사하기 위해 ‘크리스탈 클라우드 프리미엄 완전 자동 전동 와인오프너’를 선물로 드렸다. 상품명 왜 이렇게 긴가.
-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반바지를 2개 사서 하나는 둘째를 주었다.
- 노동조합 워크숍에서 수비드의 위대함을 혀로 느끼고 나서, 수비드 기계를 구입했다. 바이오로믹스 5세대 수비드 기계, 수비드 전용 밧드, 무쇠 후라이팬, 진공 포장기까지.
- 그리고 등심을 1kg 구입해서 수비드 스테이크를 해먹었다. 처음이지만 괜찮게 요리됐다.
- 후라이팬으로 마이야르 하는 게 쉽지 않아, 토치와 시어잘도 추가 구입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진공 팩을 한꺼번에 요리하기 위해 밧드 안에 넣는 스테인레스 랙도 구입했다. 다음에는 부채살을 해먹을 계획이다.
- 2024 조합원 사업 제안 프로젝트에서 ‘새노래 사업’을 팀과 함께 제안했고 1위 시상을 받았다. 민주노총의 이태환 부위원장께서 조합 사무실에 직접 방문했고 88학번인 그와는 ‘전대협’이라는 단어 하나로 뭔가가 공유되는 느낌이었다.
- 수지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 봉사를 했다. 어린이들의 만화책과 유아용 그림책을 4시간 가량 정리하면서 끝없이 어지럽히는 사람과 끝없이 정리하는 사람의 대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진 않은데 피곤한 일이었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디지털 컨텐츠,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에 20년 간의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후회가 없게, 죽음에는 두려움이 없게. 세번째의 암과 싸우는 cancer survivo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