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 – 목포, 해남, 진도

전라 남도는 따뜻하고 풍광이 좋으며 음식 또한 맛있는 곳이지만 하루 이틀 에 다녀오기는 너무 멀었는데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이 생겨 2021년 2월 6일부터 2월 9일까지 3박 4일간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장거리 운전을 피하고자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SRT와 렌터카를 이용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교통비가 거의 100만원에 육박했다.

동탄역에서 목포역까지는 대략 두시간. 코로나19 때문에 입석과 복도측 자리는 판매하지 않고 창측 자리만 이용할 수 있어 가는 길은 매우 쾌적했다. 전자 책과 스마트폰을 잠깐씩 들여다보다가 쪽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보니 목포였다.

목포에 왔으니 낙지를 안 먹고 갈 수는 없는 일. 독천골에 들러 낙지 호롱, 낙지 비빔밥, 갈낙탕을 먹고 유달산을 올랐다.

유달산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오래된 산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목포 사람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다녔고 애정을 담아 가꾸어 30년 전에 만들어진 계단 사이에 석달 전에 보수한 흔적이 드러난다. 계단과 로프, 정자와 케이블카, 자연 그대로의 바위, 식수대, 화장실 등 지나가는 모든 길에 사람들의 흔적과 사랑이 느껴졌다.

그리고 목포 신항만에 들렀다. 그곳에는 세월호가 있었다.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지만 선두의 ‘SEWOL’이라는 글자가 찢어져 봉합 되어 있는 것이 선명했다. 지난 시간의 아픔과 슬픔을 모두 담은 것처럼 세월호는 그렇게 모두 녹이 슨 채 커다랗게 서 있었다.

세월호가 있는 신항만 주위로는 온통 노란색 리본이 가득했다. 햇볓과 비와 바람, 그리고 시간에 빛이 바랬지만 아직 노랗다. 250명,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그 아이들의 얼굴, 그 사람들의 사라진 미래, 그들을 기리고 울었을 가족들. 무상으로 제공되는 노란 리본을 하나 꺼내 ‘천국에서는 행복해’라고 적어 담벼락에 묶었다. 그들에게 남긴 말인지 나에게 남긴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목포를 벗어나 한시간 반을 달려 해남으로 이동했다. 바닷가 앞에 있는 예쁜 펜션이었지만 이미 해가 떨어져 바다를 볼 수는 없었다.

저녁은 삼치회를 먹었다. 곱창 김과 해초, 된장 등과 함께 싸먹었는데 방송에 나온 유명세 탓에 손님들이 많았다. 삼치회는 처음이었는데, 참치하고 비슷하나 약간 더 기름지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그리고 삼치 구이, 삼치 매운탕으로 마무리. 삼치는 1kg에 만원이 넘는데 한마리가 3kg이상 나가니 매우 비싼 생선이기도 하다. 어머님은 점심이 체한 건지 차멀미가 나신 건지 저녁 식사를 걸렀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땅끝 전망대와 땅끝 탑에 갔다. 해남이 세상의 시작이라고 표시된 거꾸로 세운 지도가 인상적이었다. 해남은 매우 따뜻했다. 기온은 거의 15도에 달해 이미 봄이 아닌가 싶었다.

남해 바다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평온하다. 바다의 색도 연한 녹색과 파랑의 중간 쯤으로 빛을 받아 반사되면 보석처럼 예쁘다. 파고가 거의 없어 잔잔하며 바람도 매섭거나 차갑기보다는 은은한 온기가 느껴진다.

봄 기운이 느껴지는 햇볕 아래 바다 바람을 맞으며 한참동안 남해를 바라 봤다. 멀리 고깃배가 보이고 작은 섬들의 그림자도 있었다. 여행에는 항상 분주하고 귀찮은 일들이 따라 붙게 마련이지만 이런 시간들 덕분에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조급하지 않은 시간들 말이다. 풍경을 바라보고 공기에 살을 맞대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지고 생각이 깊어진다.

점심은 해남 군청 근처에서 김국을 먹었다. 미역국보다 부드럽고 가벼운 맛이었다. 김치랑 오뎅 볶음, 장아찌 등의 기본 찬도 매우 맛있었다.

네이버를 뒤져서 ‘커피와 공방, 함박꽃’이라는 커피숍에 들렀다. 작년 10월에 개업했고 공방과 커피숍을 겸하는 가게였다. 주인 아저씨는 불교 철학을 공부한다고 했고, 정원에는 분재와 수석도 가득했다. 적당히 한적한 곳에 너른 마당과 가게가 마음에 들었다. 마당에는 6개월쯤 되보이는 리트리버가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꼬리가 떨어질 것처럼 나를 반겼다. 15분 정도를 놀아줬더니 옷이 온통 개털로 가득했다.

미황사에 갔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미황사는 매우 아름다운 절이었다. 특히 절 뒤로 펼쳐진 달마산이 볼만했는데 한국에서 그런 배경을 가진 절은 처음이었다. 미황사는 조용하고 정갈했다. 오래됐지만 낡지 않았고 잘 정리됐으나 자연스러웠다. 오래된 동백 나무에 핀 붉은 동백을 찍으며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도솔암도 가려고 했으나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가지 않았고 마지막 여행지인 진도로 이동했다. 진도대교를 건너 때마침 5일 장인 조금 시장에 들렀으나 장은 이미 파했다. 진도는 작은 섬이었다. 높은 건물이 없고 새 건물이 없어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진도를 돌아다녀 보니 도시의 고층 빌딩이 사람들에게 주는 위압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솔비치 진도.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쉬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충분히 쉬어야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지나간 인생과 다가올 인생에 대한 낙서 같은 생각을, 여행에 와서야 가질 수 있었다. 정교한 계획이나 목표가 아니라, 꿈이나 공상처럼 마음대로 그려보는 미래, 이렇게 살면 어떨까, 저런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낙서다.

진도는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고향이다. 도시 곳곳에서 송가인의 포스터를 자주 볼 수 있다. 언젠가 송가인이 자주 가는 곳이라 소개했던 경양식집에 들러 돈가스를 먹었다. 물론 송가인이 소개한 곳이라는 것은 식당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나는 송가인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다시 네이버를 뒤져 ‘하이 진도’라는 커피숍에 들렀다. 하얗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었고 4인 테이블이 하나, 2인 테이블이 두개 있는 아주 작은 가게였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진도에 있는 동안 세번을 더 방문했다. 직접 빵도 굽는 집이었는데 ‘진도 대파 스콘’을 먹어 봤다.

진도 대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파와 다르다. 들에서 겨울을 나는 대파이고 짧고 단 맛이 강하며, 움파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스콘에서도 달큰한 향과 단 맛이 난다.

진도에서의 둘째 날은 소치 허련 선생의 ‘운림 산방’을 가려고 했는데 월요일이라 휴관이었다. 하는 수 없이 ‘진도개 테마파크’를 가기로 했는데, 테마파크라는 이름과는 달리 지자체의 특산물 홍보 센터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매우 만족스러웠다. 홍보관에서는 진도개와 관련한 여러 자료와 사진들이 있었고, 야외에서는 진도개 공원이 있었다. 백구와 황구를 비롯한 성견 우리가 있고, 한살이 채 안된 강아지들이 있는 우리가 있었는데 강아지 우리에는 사람들이 들어가 간식을 줄 수 있었다. 이 강아지들은 그야말로 사람들을 좋아해서 관광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어머니와 아이들도 강아지에 둘러 쌓여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점심은 허영만 화백이 들렀던 ‘달님이네 식당’에 갔다. 이런 식당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정보화의 혜택인지 폐해인지 알 수 없는데, 난 이 식당이 누가 왔었고 어느 방송에 나왔는 지 관심이 없을 뿐더러 마케팅의 영향으로 과대 포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별로 달갑지 않다.

어쨌든 음식은 매우 맛있었다. 생선 조림 정식과 전복장을 먹었는데 둘다 원재료가 싱싱해서인지 즐거운 식사였다.

저녁은 낙조가 유명한 ‘세방 낙조’에 들렀으나 바람이 매우 드세고 구름이 많아 낙조를 보지는 못했다.

3박 4일 동안 목포-해남-진도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19가 빨리 극복되어 더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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