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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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순의 맑은 햇살만큼 빛나는 것이 또 있을까. 전신주에 어지럽게 얽힌 전깃줄 사이로 빛이 파고들어 새어든다. 하늘은 새파랗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서도 빛이 난다.

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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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기일이다. 기일이라는 표현보다 돌아가셨다는 표현이 더 부드럽고 좋다. 불현듯 당신의 말씀이 떠오르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물건은 아껴써야지” “맘을 곱게 먹어야지” 늘, 나를 바라보시던, 다독여주는 그 눈빛. 그립다. 요즈음의 나는 확실히 지치고 힘들다. “할머니, 나 힘들어”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이지만, 할머니가 계시다면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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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두둑 떨어지는 빗줄기의 울림을 우산으로 받아본 것은 또 얼마나 오래된 일인가. 발 언저리가 축축해지는 것이 싫다. 바지가 비에 젖는 것도, 젖은 바지가 눅눅해져 늘어붙는 것도.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은 늘 운전을 한다.

여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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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가 남아있지만 끈적이지 않는다. 시원하거나 차가운 느낌도 없지만, 살갗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조금 낮아진 것만으로도 가을 생각은 자연스럽다. 또 하나의 계절이 이렇게 반복되고 있다. 둘째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치열한건지 비열한 건지 알 수 없는 내 삶에 넌더리가 나기 시작했다. 사이드 미러 뒤로, 한 쪽 헤드라이트가 나간 트럭 한대가 엉금엉금 따라오는 모습이 기괴하다.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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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악? 테잎이 늘어져서 더이상 못 들어” 비현실적이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비현실적이다. 정상적인 인간의 귀가 눈치챌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음질이 언제 어디에서든 공급된다. 운전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필요하다면 섹스를 하는 도중이라도 머리 속에 떠오른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다. 가수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도, 허밍 몇구절을 스마트폰에 흘리면 안개 처럼 희미한 그 […]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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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넣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차를 움직이는 것은 태고를 뒤흔들던 포효와 어두움. 코를 찌르며 날아가는 거대한 짐승의 시취 혹은 땅 속에서 흘린 눈물. 지금의 나를 움직이는 것도 너의 지난 기억과 시간일게다.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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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다는 느낌이 들면, 바람만큼 사람을 위안해주는 것도 없다. 4월의 바람은, 바다보다 넓고, 사람보다 따뜻하다. 바람 부는 대로 갈 수 있다면, 바람의 나침반을 들수 있다면, 삶이 바람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거나 죽음이 바람의 색이라거나, 혹은 그 모두가 바람처럼 스러지는 것을 알고 있다면, 당신의 나의 바람임을 당신만 빼고 모두 알고 있었다면, 바람이 사랑이거나 사랑이 바람인 것을. 그런 모든 바람이 […]

오늘부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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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나는 몇 해 전부터 뭔가를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쓸 수 없었쓰지 못했는데 그것은 스스로 시작하면 물릴 수 없기 때문이었고, 남 몰래 그 뭐라도 (성심성의껏) 썼는데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글로 남게 되면 그것은는 곧 내게 주어진 (어쩌면, 그리고 거의 확실한)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는 셈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체가 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