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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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남는다.   툭. 거미줄이 끊겨 나가듯, 삶과 세상을 연결하는 끈이 끊어 질 수도 있다. 내가 처음 이 펜을 발견한 때가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나뭇잎의 색이 연두빛을 띄다가 어느 새 짙푸른 녹색이 되었다가 곧 울긋 불긋 단풍이 들고나서는 서둘러 지곤 했다. 몇 해의 시간동안 바뀌는 것이라고는 나뭇잎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지루하고 지쳤고, […]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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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몸이 아픈 탓이었다. 글을 통해 스며 나오게 될 질병의 찌꺼기, 통증과 우울한 일상과 뒤틀린 내면 따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기 싫었다. 일 년이 지났고 여전히 아프지만 이렇게 시간이 더 지나면 머리와 손이 돌처럼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 보기로 했다. 마치 재활훈련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9월 11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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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순의 맑은 햇살만큼 빛나는 것이 또 있을까. 전신주에 어지럽게 얽힌 전깃줄 사이로 빛이 파고들어 새어든다. 하늘은 새파랗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서도 빛이 난다.

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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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기일이다. 기일이라는 표현보다 돌아가셨다는 표현이 더 부드럽고 좋다. 불현듯 당신의 말씀이 떠오르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물건은 아껴써야지” “맘을 곱게 먹어야지” 늘, 나를 바라보시던, 다독여주는 그 눈빛. 그립다. 요즈음의 나는 확실히 지치고 힘들다. “할머니, 나 힘들어”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이지만, 할머니가 계시다면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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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두둑 떨어지는 빗줄기의 울림을 우산으로 받아본 것은 또 얼마나 오래된 일인가. 발 언저리가 축축해지는 것이 싫다. 바지가 비에 젖는 것도, 젖은 바지가 눅눅해져 늘어붙는 것도.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은 늘 운전을 한다.

여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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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가 남아있지만 끈적이지 않는다. 시원하거나 차가운 느낌도 없지만, 살갗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조금 낮아진 것만으로도 가을 생각은 자연스럽다. 또 하나의 계절이 이렇게 반복되고 있다. 둘째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치열한건지 비열한 건지 알 수 없는 내 삶에 넌더리가 나기 시작했다. 사이드 미러 뒤로, 한 쪽 헤드라이트가 나간 트럭 한대가 엉금엉금 따라오는 모습이 기괴하다.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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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악? 테잎이 늘어져서 더이상 못 들어” 비현실적이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비현실적이다. 정상적인 인간의 귀가 눈치챌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음질이 언제 어디에서든 공급된다. 운전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필요하다면 섹스를 하는 도중이라도 머리 속에 떠오른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다. 가수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도, 허밍 몇구절을 스마트폰에 흘리면 안개 처럼 희미한 그 […]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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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파업으로 길이 한산하다. 간헐적이던 차의 흐름도 끊어진다 싶자, 흰 바퀴가 빛나는 싸이클 한대가 고양이처럼 소리없이 도로를 가로지른다.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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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소설을 꽂고 시집을 꽂듯 이제 나는 내 마음 속에 감정의 자리를 착착 만들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격한 감정들이 섞이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