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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카스테라 – 박민규

박민규의 첫번째 소설집, 실린 작품은 모두 10개.

1. 카스테라
2.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3.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4.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5. 아, 하세요 펠리컨
6. 야쿠르트 아줌마
7. 코리언 스텐더즈
8. 대왕오징어의 기습
9. 헤드락
10. 갑을고시원 체류기

그의 장, 단편들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로서의 ‘인식’ 자체가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인식의 대상이 되는 객체의 확장,
– 그 객체에 대한 인식의 깊이,
– 깊이있는 인식에 대해 재생산된 다른 차원의 인식.
이것은 작가 특유의 장점인 문체, 혹은 스타일의 형식과 매우 유사하다.

박민규식 어법의 특징이라면
– 동음이의어의 활용,
– 유사어를 이용한 느낌/형태의 변주를 통한 사물의 승화 혹은 이질화.
예컨대 이런 것.

오리배를 타고 저토록 멀리 나가는 인간의 심보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꼭, 저런 인간이 있다. 이건 엔터프라이즈가 아니라 오리배야 오리배, 마음 같아선 머리통을 몇 번 물 속에 넣었다 뺐다 하고 싶지만, 참는다. 대신 나는, 호루라기를 꺼내 분다. 삐익 삐이이익~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통통거리는 오리배의 이미지와
물 속에 억지로 담겨져 마치 오리같아 보이는 머리통
장난감 오리가 낼 법한 삐이익 하는 호각소리,
그 경계음의 언저리에 있을 법한 원자력,
그리고 무소음의 오리배.

그만이 가진 특징이고 다른 작가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방법론이기도 하겠지만
인식의 폭이 깊어져 다양하게 흘러가는 많은 사유를 그의 현란한 문체가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사실은 존재한다.

이것은 작품/작가에 대한 사고의 단절 혹은 무성의함이나 난해함으로 왜곡될 수도 있으며
실제로 ‘대왕오징어의 기습’이나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등의 소설에서는 핀트가 맞지 않아 호흡이 고르지 않은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민규식 포스트모더니즘에는 강한 힘이 있다.
이것이 블랙코미디이거나 냉소주의거나 혹은 장난질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진지한 것과 진지하지 않은 것의 경계를 허무는 이 일련의 행위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소설. 카스테라 – 박민규”의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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